진보진영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소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6.2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군 '무상급식'에 이어 진보진영이 제기하는 '보편적 복지 2탄'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와 민주노동당이 각각 추진하고 있다. 두 단체가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총론에선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확대해, 현재 62% 정도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인 90%까지 끌어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 부담하는 연간 병원비가 1백만원을 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의 입장에서 주거비, 교육비 등과 함께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의료비다. 더구나 의료비는 예측 가능하지도 않고 가족 중에 누구 하나가 중병이라도 걸리면 가계가 휘청거리거나 심지어 파탄나는 경우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이지만,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넓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때문에 서민 가계의 상당수가 빠듯한 살림을 쪼개고 쪼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민간보험의 규모는 2003년 6조원에서 2008년 12조원으로 불과 5년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진보진영의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서민의 입장에서는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보장성을 높여 의료비 부담도 덜고, 밑 빠진 독에 물 붓 듯 민간의료보험에 월 10만원 이상의 월급을 꼬박꼬박 부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6.2 지방선거판을 뒤흔들었 듯, '건강보험 하나로' 이슈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의 복지 대결의 핵심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지난 해 말,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는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이 모여 5개월의 준비를 거쳐 6월 9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7월 17일 시민회의가 공식 출범했다.
전국적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동의하는 시민회원 100만명을 모아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내가 보험료를 더 낼테니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국민이 1만1천원씩만 더 내면 6조2천억원의 추가 재정이 마련되고, 기업과 정부의 국고지원은 각각 3조6천억원, 2조7천억원이 자동 증액되면서 총 12조4천억원의 재원이 마련된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마련되는 추가 재정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90%까지 올리고 개인당 연간 병원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든 국민이 똑같이 1만1천원을 내는 건 아니다. 1만1천원은 평균치이다. 소득이 적은 계층은 1만1천원 보다 적게 내고, 소득이 많은 계층은 1만1천원 보다 많이 낸다. 예를들면, 건강보험 가입자 중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은 월 평균 추가 보험료가 1인당 3천원이고,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계층은 1인당 약 3만원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보험료, 사업주 부담, 국고 등으로 구성된다. 국민과 사업주가 5:5로 부담하고 국고에서 20%를 지원한다. 국민이 보험료를 더 내면 그만큼 사업주와 국고 부담 분도 자연 증액될 수밖에 없다. 시민회의가 우리가 더 낼테니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전략을 택한 것은, 현재 보수와 진보의 힘의 역관계 상 사업주와 국고 확충만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회의 공동대표단은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정태인 경제평론가, 최병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등이 맡고 있다. 지난 7월 발족 후, 전국을 돌며 지역조직을 건설한 시민회의는 30일 명동에서 첫 거리서명전을 전개하며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본격 출발을 알렸다.
◇민주노동당, 건강보험 하나로 서명운동=민주노동당은 지난해 6월 정책당대회에서 암 등 중증질환 진료비 인하, 무상예방접종 성과를 이어, 무상의료 2단계 전략으로 비급여 항목을 없애 '모든 진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지난 9월 4일 중앙위원회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실현! 본인부담상한액 100만원 실현'의 슬로건을 확정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사업을 2010년도 하반기 집중사업으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최고위원회 산하에 무상의료위원회(위원장 최은민 최고위원)를 구성해 서명운동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캠페인을 전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정희 대표를 포함 지도부와 13개 광역시도당이 총출동해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실현' 입법청원을 위한 하루 서명운동을 벌여 1만5천여명의 국민 청원서명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1차로 청원서명 10만명을 모아 '건강보험법 개정안' 등 무상의료 3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후 100만명 서명운동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대책에서 시민회의와는 견해가 다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많이 올리려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건강보험 재정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비의 급격한 자연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을 알뜰히 사용하기 위한 제도개선 조치가 함께 동반되지 않는다면 , 보험료를 크게 올려도 상당부분은 보험재정의 자연 증가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료를 올리려면 총액예산제와 주치의제도와 같이 국민의료비를 절감시키는 제도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지역가입자로 보험료 부담이 큰 농민들은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고, 근본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보험료를 내는 것에 대한 불만과 비급여가 많은 것에 대한 불만 등이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국민 보험료 인상보다는 국가와 사용자의 더 많은 부담 확대를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보험재정 지원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조정하고, 노동자와 사용주가 5:5로 부담하는 보험료를 노동자 4:사용자 6으로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1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