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체불 해소를 요구하며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내에서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3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내 선각삼거리에서 조합원 30여명이 연좌농성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한화오션 직원들이 천막 설치를 막으면서 3차례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3명과 사용자쪽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이 출동해 양쪽 충돌을 막고 있다. 지회는 이날 정오 사내 민주광장에서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지회가 농성을 시작한 조선소 내 선각삼거리는 2022년 파업 당시 최초 천막을 쳤던 곳이다. 바로 뒤편에 옥쇄투쟁을 했던 1도크가 있다.
이번달 임금체불 유력 “기성금 가불 말고 근본대책”
지회는 지속된 체불임금 해소를 촉구했다. 지회는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까지 6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낮은 기성금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 전가로 하청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난달 15일 하청업체 8곳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며 “2월과 5월보다 체불 규모가 더 커졌고 원청인 한화오션에서 돈을 빌리는 이른바 기성금 가불로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많아 이번달 체불임금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기성금 가불 같은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약속한 성과금 등의 지급도 촉구했다. 지회는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정규직에 성과금 300%를, 하청노동자에게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성과급 100%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지난해 경영실적목표 미달성을 이유로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노조 단체교섭에서 상생격려금 100만원 지급에 합의했는데 하청노동자에게도 지급하던 것을 올해는 정규직에게만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하청업체와 지회가 체결한 상여금 지급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회는 지난해 하청업체 20곳과 연간 상여금 50% 지급에 합의했다. 합의 주체는 하청업체지만 사실상 재원은 한화오션에서 나온다. 지난해에는 한화오션이 재원을 마련해 하청업체에 지원해 단체교섭에 합의한 하청업체 20곳은 상여금 명목으로, 다른 업체는 다른 명목으로 지급됐다.
“상용직 늘리고 블랙리스트 폐지하라”
지회는 또 올해 단체교섭 핵심 요구안 수용도 촉구했다. 핵심 요구안은 △상용직 고용 확대 및 처우 개선 △상여금 연간 300% 지급 △블랙리스트(취업방해) 폐지다. 올해 7월 교섭 결렬 뒤 지회와 하청업체 간 교섭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지회는 4일 노사 대표 교섭단을 구성해 단체교섭을 재개하자고 요구했으나 하청업체는 업체별 개별교섭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지회는 “2022년과 2023년에도 개별교섭을 요구하다 마지막에 교섭단을 구성해 단체교섭을 타결했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또 중대재해 근본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한화오션에서만 올해 중대재해 4건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9월9일 하청노동자가 선박 상부에서 32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지만 같은 현장에서 여전히 조업이 진행 중이다.
명태균씨의 대우조선해양 파업 개입 진상 규명도 호소했다. 명씨는 2022년 지회 파업 당시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안내를 받아 파업 현장을 시찰하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명씨를 업무방해로 고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