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인지라 요즘 가장 많이 나누는 인사가 “풍성한 하루 되세요”, “알찬 열매 맺으세요”다. 지금이야 남의 것 쉽게 가져오고 빼앗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땀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풍조가 있지만 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일수록 그 의미가 깊다.
이런 결실의 계절에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이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혀 세상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제 정신인가?
노동3권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
인류역사는 노동의 역사다. 태초부터 노동은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고 진화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며, 인류가 사회를 이루어 생존을 하고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지금의 역사를 만드는 가장 큰 일등공신 역시 노동이다. 그것이 육체적 노동이든 정신적 노동이든.
인류역사는 또한 노동과 반노동과의 투쟁의 역사이다. 역사는 대대로 다른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가치를 빼앗아 놀고먹는 지배자와 부당한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일하는 사람들과의 지난한 싸움의 과정이기도하다.
고대의 노예로부터 중세의 농민, 그리고 현대의 노동자까지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를 자기생활에 제대로 실현한 적은 거의 없다. 어쩌다 운 좋게 성군을 만나거나 마음씨 좋은 지주나 사장님을 만나기 전에는.
노동3권은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목숨이다. 그마저 없다면 노동자는 노예와 다름없고 역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반동(反動)이다. 노동을 억압하는 사회일수록 반문화 반문명이며 미래는 없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노동3권은 보편적 가치다. 자본은 노동 위에 기생하는 허황된 가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 그것이 없다면 자본주의도 자본가도 멸망한다. 보지 않았는가? 아직 노동으로부터 생산되지도 않은 미래의 가치를 두고 돈 놀음하던 신자유주의(투기자본)의 그 엄청난 죗값과 말로를. 그래서 자본이 노동과의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 그나마 노동3권이다.
박 노동연구원장은 후안무치의 전형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은 지금 당장 사퇴해야한다. 자신의 하루 세끼 밥이 어디서 나오고 화려한 옷과 편안한 잠자리가 과연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 졌는지도 모르는 후한무치의 인간은 노동을 연구할 자격도 없다.
그는 20년 가까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나아가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을 삭감하고 퇴직금을 없애고, 심지어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자체를 폐지하고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를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물어뜯는 충실한 사냥개 일뿐이라고 한들 그 비유가 과하다 할 수 있을까?
내일 모레면 한 해의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는 추석이다. 그날의 밥상은 평생을 휘어진 허리로 우리를 낳고 길러준 조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우리가 그 먼 길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는 이유는 빼앗을 욕심도 없고 빼앗길 걱정도 없는 나눔과 평화가 깃든 공동체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아닐까?
이 가을날 그곳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낸 세금 덕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멸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정녕 이 하늘은 아름다운가?
기사작성일: 2009-09-29 (시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