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시행 3년째다. 가사근로자법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사각지대에 놓인 가사노동자를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이 직접 고용하고,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지 7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는 길을 열었다. 법 시행 뒤 직접고용 가사노동자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정부 인증기관에 직접고용된 가사노동자가 아니면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해도 가사노동자를 보호해 줄 방안이 없다. 가사노동자 이정숙(59)씨의 사례를 토대로 플랫폼 가사노동의 현실을 살펴봤다. <편집자>

업무 중 재해를 입었지만 산재신청조차 어려운 이정숙(59)씨의 사례는 가사노동자 99%가 겪는 일이다.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2022년 6월 시행되면서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기관에 직접고용된 가사노동자는 4대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제공기관이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가사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가사노동자를 연결해 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이득이다. 일감 변동과 같은 가사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위험은 가사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9만명이 넘는 정숙씨가 탄생한다.

“가사노동자 직접고용은 최대 1% 수준”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사근로자법 시행 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제공기관은 105곳이다. 노동부는 정부인증기관이 고용한 가사노동자를 1천50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곳당 노동자 14명 정도를 직접고용하는 셈이다.

전체 가사노동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체 가사노동시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 규모는 22년 기준 29만6천108명이다. 청소·세탁·주방일과 같은 가사 일뿐만 아니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을 포함해 간병인 및 재가 산후도우미 등 재가 돌봄서비스 종사자(18만1천668명)를 가사육아도우미(11만4천440명)에 더한 숫자다.

전체 가사노동자 0.5%만 가사서비스인증기관에 등록돼 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재가 산후도우미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4대 보험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재가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제외해도, 정부인증기관에 직접고용된 가사노동자 비율은 1% 수준이다.

6월16일이면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한 지 만 2년인데, 정부인증기관과 이들이 직접고용하는 가사노동자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홈스토리생활이 운영하는 가사노동 중개 플랫폼 대리주부는 현재 직접고용 가사노동자가 50명이 채 안 된다. 2019년 1천명의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며 규제샌드박스 기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고, 2021년 가사노동자 100명을 직접고용했지만 그 규모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주부 관계자는 “(대리주부 매니저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속 모집을 하고 있고 지인소개 등을 통해서 입사하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나가는 분들이 더 많다”면서도 “최근에 채용된 인원은 없다”고 말했다.

업체·노동자 모두 ‘직접고용’ 기피
노동자 “시급 감소 우려”, 업체 “노무비용 증가”

대리주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사노동 중개업을 하는 한 가사플랫폼업체 대표는 “초기에는 채용을 많이 시도했지만 선생님(가사관리사)들이 채용 뒤 이탈하거나, 애초 근로계약을 원했다가도 주휴수당·연차수당 등이 생기고 시급이 줄다 보니 근로계약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사관리사가 원하는 시급을 맞추려면 업무능력이 탁월한 분들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무나 채용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보니 업무능력이 탁월한 분들 중심으로 채용하는 쪽으로 좁혀지게 되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사노동자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 최대 1만6천원까지 시급을 받고, 여기에 종합소득세 3.3%를 뗀다. 하지만 직접고용하면 당장 가사노동자가 사회보험 가입에 따른 개인부담금을 임금에서 떼야 한다. 업무 중 재해처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연차수당·주휴수당·퇴직금 등을 생각하면 근로계약을 작성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유리하지만 당장 손에 쥐는 돈을 보고 프리랜서를 선택한단 뜻이다.

이런 주장은 업계 일부의 얘기는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6월 24개 정부인증기관을 설문조사한 결과 24곳 중 9곳(37.5%)은 직접고용을 꺼리는 이유로 “가사관리사 의사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사관리사들 모두 직접 고용할 경우 기관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12.5%)과 “1주당 최소근로시간(15시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12.5%)이 뒤를 이었다.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면 전보다 나아지는 게 직접 눈으로 보여야 하는데 기업은 보험료 지원 외에는 특별한 혜택이 없는 반면 법인기업이 되면서 규제는 많아지고 노무비용은 계속 늘어난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만 60세가 넘으면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되고, 65세에 새로 근로계약을 맺으면 실업급여(고용보험 가입)가 안 돼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며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정부는 정부인증기관이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일부를 지원하는데, 고령이 다수인 가사노동자에게 큰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 지원 혹은 교통비 지원 등 추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제안이 노동계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가사 중개 플랫폼 발달
고용 않고 노동자 규율 쉬워져, 직접고용 유인 감소

가사서비스 업체가 직접고용을 회피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 정부인증기관은 직접고용 가사노동자를 통한 가사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가사노동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일을 병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사노동자에게 돌아갈 인건비 중 수수료만 떼 가고 노동자의 안전 등 책임을 지지 않는 플랫폼업체의 행태가 그대로 나타난다.

가사노동자가 받는 수수료는 고객의 집 면적과 서비스 제공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31~35평 가정에 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24개 조사대상 정부인증기관 중 고객의 집 면적과 서비스 제공시간을 혼합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11개 기관 서비스 이용 요금은 평균 7만2천164원 수준이다.

가사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수수료 외 업체가 얼마를 가져가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최영미 지부장은 “지금 플랫폼업체는 18~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서비스 종류에 따라 요금이 다양해 이조차도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업체는 고객에게는 구인수수료를, 가사노동자에게는 카드수수료·보험료 등을 뗀다. 고객에게만 구인수수료를 제하는 경우 “매니저(가사노동자)에게 일체의 연·월회비 및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랜서 가사노동자는 일감과 노동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다는 ‘자율성’이 강조되지만, 고객에게 전하는 인사말부터 문제 발생시 대처요령 등 플랫폼업체가 만든 업무매뉴얼에 따라 일한다. 고객평점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데, 고객 불만족 의견이 3회 이상 접수되는 경우 일감이 끊기기도 한다. 자율이라는 홍보가 무색하게 기업이 설정한 구조에 종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안전망은 부재하다. 가사근로자법 7조1항3호에 따라 정부인증기관은 “가사근로자가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미흡하다. 한 플랫폼업체는 배상규정에 관해 “보상금액 5만원까지는 매니저가 자기 부담하고 정식직원은 매니저의 파손 자기부담금은 회사에서 부담하되 2회 발생시 최대 5만원 자기부담금 발생”이라고 설명해 놓고 있다.

정식 고용된 직원이 아닌 경우 이정숙(59)씨처럼 업무 중 재해를 당해도 보상받기 힘든 구조다. 고객 사정에 따라 일감이 변동되는 불안정성을 떠안는 것도 노동자다. 한 플랫폼업체는 고객이 서비스 이용 하루 전날 오후 6시 이전에 예약 취소가 가능하다. 오후 6시 이후에 취소 수수료 1만원을 부과하고, 해당 금액을 가사노동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한다. 가사노동자는 5만원을 벌기 위해 다음날 일정을 빼놨는데, 5분의1 수준의 돈만 받는 셈이다.

최영미 지부장은 “최근에 플랫폼기업이 알고리즘에 따라 일감을 배정하면서 가사노동자 급여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다른 플랫폼 노동자처럼 언제 좋은 일감이 나올지 몰라 24시간 내내 앱을 들여다보는 대기시간도 늘었다”고 꼬집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가사노동자 알선과 직접고용
겸업 가능하게 한 구조가 낳은 문제”

강은솔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사람과산재)는 “정부인증을 받은 가사노동자 플랫폼에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주된 문구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고용된 매니저’ ‘4대 보험 적용, 정식 직원채용’을 사용하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가사노동자들은 이전과 같이 4대 보험도 안 되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노무사는 이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용료에서 중개수수료를 차감해서 지급하기에 노동자가 아니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며 “법적 제도 미비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가사노동자들은 일상적인 고용불안정, 임금불안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미 지부장은 “가사노동자 본인들이 원치 않아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다고 많은 보고서가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한 발 나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원인을 얘기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준용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들어주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하면서 정부 인증을 통한 가사근로자 고용과 기존 알선 방식의 겸업이 가능하게 만든 데서 온 구조적인 문제”라며 “가사노동자 알선과 고용을 겸업하지 못하게 하려면 공적 일감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이 있는데, 이런 사업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제공기관만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연구위원은 “정부 인증을 받지 못하면 일감을 배분받기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 플랫폼기업도 정부 인증을 받으려 하고, 가사노동자도 플랫폼이나 중개업체가 아닌 인증기관으로 넘어오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