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건강연대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4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진 롯데건설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았다. <정기훈 기자>

202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지난해 노동자 5명이 사망한 롯데건설이 선정됐다. 이들은 전원 하청노동자로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했다.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사고 5건 중 4건은 추락사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재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과 양경규 정의당 국회의원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4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했다. 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으로 구성된 캠페인단은 2006년부터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살인기업으로 선정해 왔다.

롯데건설, 2~3개월 주기로 중대재해
5명 중 4명은 추락사

지난해 롯데건설에서는 추락사·부딪힘으로 하청노동자 5명이 숨졌다. 모두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재래식 재해다.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에서 건물 철거를 위해 천장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를 해체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지지대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 이후 재해는 2~3개월간 간격으로 반복됐다. 건물 지하 2층에서 보강용 철구조물을 설치하던 하청노동자는 7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하청노동자 3명 모두 각기 다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6미터·19미터·10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추락 전 이들의 업무는 가설구조물 해체, 크레인 와이어 정비, 복공판(지하 공사시 지상에 설치하는 통행로) 고정작업 등으로 달랐지만, 하청노동자 소속이란 공통점이 있다.

고용노동부 감독도 재해를 막진 못했다. 노동부는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5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전국 모든 현장 감독 방침을 세웠다. 해당 방침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모든 현장을 감독했지만, 11월 하청노동자 추락사를 막지 못했다.

업무상 재해로 노동자 4명이 숨진 ㈜한화와 현대건설㈜은 살인기업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80미터 송전탑 위에서 추락사, 철근 운반 중 철근에 찔려 사망 등 노동자의 죽음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지난해 창호 교체 중 하청노동자가 추락사해 논란이 된 디엘(DL)이엔씨와 중흥토건, 현대삼호중공업은 각 하청노동자 3명이 숨져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됐지만
기업 봐주는 검찰, 기소 적어

살인기업 명단에 오른 6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22명은 모두 하청노동자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낙탄을 치우다 숨진 사고 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되는 셈이다. 캠페인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게 수사·기소를 하지 않은 검찰에 책임을 물어 특별상을 수여했다.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산재사망을 일으키고도 수십 년간 면죄부를 받은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 제정됐다”며 “그러나 법시행 3년차인 현재 검찰의 경영책임자를 직접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일은 아직까지도 많지 않다. 불기소 처분이 나오는 일도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이달 기준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노동부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110건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46건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7건은 수사 중이며, 13건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하 변호사는 “검찰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충분히 판단하지 않고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두고 경영책임자의 권한을 위임했다는 기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드려 불기소 처분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직접 안전과 보건 확보의무 주체가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 1위 기업 우아한청년들
지난해 1~8월 1천273명 산재 인정

우아한청년들도 특별상을 수여받았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양경규 의원실에 제출한 산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5명의 라이더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

운 좋게 죽음에 이르지 않은 산재를 포함하면,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발생은 압도적 1위다. 2022년에는 1천837건, 지난해 1~8월은 1천273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캠페인단은 “라이더 사망사고에서 ‘운전자 과실’ 등으로 산재보험 신청이 가로막히거나,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까지 추정하면 사망노동자수는 더 많을 것”이라며 “이륜차 사고로 2021년 459명, 2022년 484명이 사망(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나 이들의 직업, 사고원인 등은 분류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늘어나는 배달노동자의 재해 근본원인은 플랫폼기업의 업무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배달노동자의 사고는 그냥 교통사고가 아니라 중대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며 “일터에서 산재사고를 유발하는 여러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 지부장은 “배달의민족의 운임료는 갈수록 깎여, 라이더들이 더 빨리 달리고 더 길게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 빨리 달리는 만큼, 더 과로하는 만큼 사고위험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한계희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항의와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기업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기업살인’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의 요청에 당초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명단을 공개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명단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살인기업 명단은 노동건강연대×오마이뉴스 이달의 기업살인 2023년도 집계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부가 기업명을 가린 채 공개한 ‘2023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자료를 대조해 원청의 사망노동자 수를 집계·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