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정부에 등록된 유해물질을 관리하지 않은 거죠? 그냥 사용하면 안 된다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거죠? 정부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던거죠?”-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실명위기 피해자 가족-
지난 4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 파견돼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 4명이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실명 위기 등 시력 손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견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들이 모두 제조업에 불법으로 파견돼 일하다 메탄올 급성 중독 사고를 당했기 때문. 4명 중 2명은 일한 지 4개월 만에, 1명은 1주일 만에 중독증상이 발병했다. 메탄올은 ‘관리대상유해화학물질’로 이용 시 환기장치 설치와 보호구 착용, 안전교육 등이 필요하지만 이들 모두 특별한 보안경·보호장갑·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파견’ 형태의 노동을 꼽는다. 제조업 불법 파견으로 인한 인력관리, 산업안전보건관리 허술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공동대표(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지난 18일 국회의원관에서 노동건강연대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파견 노동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사업주의 메틸알코올(메탄올) 사용시 주의 의무 위반, 노동자에 대한 보호구 지급 의무 위반 △덜 유해한 대체물질(에탄올 등)이 있었음에도 메탄올을 사용(가격 차이 원료 에탄올 가격 1 당 약 1200원·원료 메탄올은 1㎏당 약 500원) △제조업 불법 파견으로 인한 인력관리, 산업안전보건관리 허술 등을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파견 노동의 형태로 인해 파견 노동자 입장에서 해당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이직과 신규 입사가 잦은 파견노동의 특성상 파견 노동자 사용사업주는 파견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07년에 발표한 ‘국가안전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직업안전 연구’에 따르면 파견 노동자의 직업 관련 사고 경험 비율은 상용직의 4배에 가깝다.
이 대표는 파견 노동자들의 건강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문제점으로 △사용사업주는 산재보험에 대한 의무를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업무가 파견 노동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점 △산재보험의 제도적 특성상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라도 정규직 제조업 노동자에 비해 파견직 제조업 노동자의 산재보험요율이 낮아 파견직을 사용하려는 구조적 동인이 작용하는 점 △파견업체는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산재 발생시 폐업하고 새로운 파견업체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산재보험법상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지적했다.
또 파견 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의 근무조건, 업무내용, 작업환경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렵고, 이에 따라 위험한 작업조건에 노출되기 쉬우며 파견 노동자는 대부분 단기간 고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장에 익숙해지거나 숙련될 기회를 갖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공동으로 지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며 불법 파견의 경우 파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무도 무시되기 십상인 현실도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제조업 불법 파견 단속, 감독 강화 △위험 작업 혹은 직종의 파견 업무 제외 △기업의 공급사슬을 이용한 노동자 건강 및 안전 보호 방안 법제도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의무를 다하게 하는 사회적 압력 방안 강구 등을 꼽았다.
한편 노동건강연대는 이번 사고를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고전적 유해물질인 메탄올 취급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재 한국의 노동자 생명 및 건강 문제 뿐 아니라 고용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는 징후적 사건 혹은 적신호 사건(sentinel event)”으로 규정한 바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