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명의 간호사가 잇따라 자살하면서 노동청으로부터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던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또 다시 직무스트레스로 괴로워하던 간호사가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남대병원 직원의 반복되는 자살사건의 근본 원인을 밝히기 위한 특별근로감독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전남대학교병원지부(지부장 김미화, 이하 노조)는 7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남대병원 수술실 간호사 사망에 대한 노동청 직무유기 규탄!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노조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전남대병원에서 4명의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네 명 모두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 이로 인해 특별근로감독까지 받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또다시 수술실 간호사 자살 사건이 발생한 것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전남대병원을 제대로 근로감독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전남대병원 근무환경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10년 동안 제대로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전남대병원 직원들이 겪는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 폭언·폭행은 지극히 위험한 수준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 모 간호사의 자살사건과 같은 비극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4명의 자살 이후 2007년 1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지만 병원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사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병원근무환경에 대한 원인분석이나 해결책이 없었다”면서 “4년 후 병원에서 노동청에 제출한 ‘안전보건계획서’에 따르면 병원에서는 야간 교대작업에 따른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사전예방을 위해 원내 보건교육 실시, 그룹웨어에 우울증 검사 및 상담공간 운영, 동호인회 활동 참여 권장하며 지원, 부서별로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지원하며 안전보건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와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그 결과 2012년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실시, 응급실과 수술실의 직무스트레스가 월등히 높게 나왔으나 병원에서는 1년여의 탁상공론 외에 아무 것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산재 다발 사업장으로 2013년 11월 근로감독, 2014년 5월 유방암 집단 발병으로 인한 근로감독, 2014년 12월 야간장시간근로감독으로 병원을 점검했으나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병원 현장에서는 직원들의 인권이나 근무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06년과 2015년에 진행한 전남대병원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각각 60.8%, 58%였다. 2015년 11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진행한 ‘보건의료분야 여성 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술실에서 신체폭력, 언어폭력,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가 60%이상이었고 그 중 40%가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폭력 상황을 겪은 후 죽고 싶었다’는 응답자가 40% 이상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자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근로감독 실시 △고 이 모 간호사 심리부검 명령 △폭언·폭행·성희롱 근절대책 마련 △직무스트레스 사망사건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고 이 모(47) 간호사는 지난 1992년부터 전남대학교 병원 수술실에서 일해왔으며 지난 2013년 2월경부터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 정신건강학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증상이 완화돼 일상적인 생활과 근무를 했으나 지난 5월초부터 병원 측으로부터 다른 과로 전환배치를 통보받고 힘들어 했다. 이 모 간호사는 지난 5월 중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4주 병가를 진단받고, 지난 17일 출근 예정이었으나 출근하지 않았고, 18일 저녁 지인에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 후 19일 오후 1시경 결국 목숨을 끊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