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가운데 아리셀의 불법파견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은 파견사업이나 직업소개업을 허가받지 않은 제조업체로, 아리셀과 서면계약도 하지 않고 인력을 공급했다. 업무상 재해로 숨진 18명의 외국인은 모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 정부가 파견규제 완화를 지향하고 재계는 노골적으로 파견대상 업무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아리셀의 불법파견 여부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메이셀 전신 한신다이아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과 주소지 동일
민길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26일 오전 화성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아리셀과 메이셀 간) 도급계약서는 없다고 알고 있다”며 "현재 확인한 바로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서는 아리셀의 ‘적법도급’과 메이셀의 ‘불법파견’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을 들어 추가 조사 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정황들을 종합하면 아리셀의 불법파견 정황은 더 분명해지고 있다.
메이셀쪽은 인력만 공급할뿐 인력 통솔은 아리셀이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셀의 사업장 주소지는 아리셀 공장과 동일하다. 지난 4월까지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해 온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는 아리셀이 모회사 에스코넥에서 분리된 다음해 설립됐고, 주소지도 에스코넥의 안산공장 주소와 겹친다.
메이셀이나 한신다이아 모두 판례로 확립되다시피한 적법도급의 기준인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조직·설비 등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2015년 적법도급과 불법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근로관계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수급인이 독립적 기업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비롯해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수, 교육 및 훈련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수급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신다이아가 메이셀로 업체명을 바꾸고, 대표자가 변경된 것도 석연찮다. 완성차기업 사내하도급 노동자로 일하는 ㄱ씨는 “사내 불법파견 업체는 업체명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데 실제 돈을 대는 이는 바뀌지 않는다”며 “2년 이상 고용하면 생기는 노동자 직접고용의무나 퇴직금 지급 의무 등을 피하려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동자 절반이 파견, 관리·감독 안 돼”
파견규제 완화 추진하는 정부 정책 향방은
이번 사고는 정부가 불법파견 감독 책임을 방기하면서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 현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메이셀 소속으로 알려진 외국인 사망자 18명은 외국인 동포(F-4), 결혼이주여성(F-6), 방문취업 비자(H-2) 등 합법 체류 자격을 갖춘 노동자였다. 민길수 청장은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고용업체의 4대 보험 미가입이 이례적이지는 않다. 이재영 금속노조 부평공단지회 지회장은 “파견업체는 이주노동자나 내국인 가리지 않고 4대 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으려 한다”며 “노무관리가 귀찮으니 개인사업자 소득세 3.3%를 제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 모든 문제는 노동부가 사실상 파견문제를 묵인했기 때문”이라며 “간헐적·일시적 업무는 직접생산공정이라도 예외적으로 파견이 가능하게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다. 전체 노동자 103명 중 절반이 파견직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리셀에서 근무한 전체 노동자는 103명인데, 이 중 51명이 메이셀에서 공급받은 인력으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운영한 미래시장연구회는 현재 32개로 제한하고 있는 파견대상 업무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한국경총은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포함해 일반사무, 단순노무업 등으로 파견대상 업무를 넓힐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리셀의 불법파견이 확인될 경우 정부의 파견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박순관 대표를 포함한 아리셀과 메이셀 관계자 3명을 입건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고용노동지청은 경기남부경찰청과 함께 51명을 투입해 아리셀을 포함한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