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소재한 기륭전자가 노조 동향을 불법적으로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사실을 제소키로 했다.

특히 박동준 총무이사가 농성장 회의내용을 김소연 분회장에게 문자로 보낸 것이 확인돼 시민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기륭 여성노동자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25일 “농성장의 회의내용을 실시간 문자중계로 김 분회장에게 보내는 의도를 짐작할 수 없다”며 “작은 충격에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단식자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인권침해와 반인륜적 행위를 넘어 살인행위에 가까운 중범죄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분회는 박 이사가 김 분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는 지난 22일 김 분회장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농성장으로 이동하던 시간에 보내졌다.

분회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는 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발언자의 이름, 농성장 상황이 요약돼 있다.

분회는 “일상적인 도청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회의를 도청하고 장기 단식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만행은 도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사건”이라며 “계속적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27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도청의혹을 제소할 계획이다.

또한 김 분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박 이사와 지휘관계에 있는 배영훈 대표이사를 살인교사 행위로 형사고발했다.

한편 기륭전자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네티즌들이 동조단식에 나섰다.

영화와 책을 비롯한 네티즌연대 13개 단체 230여명은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오씨는 “기륭전자는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한 이유를 미국의 시리우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시리우스 원정투쟁단을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대위는 제2의 촛불집회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공대위는 27일 천주교 9일 기도회를 시작으로 ‘촛불 시즌2’를 기획한다는 입장이다.

분회는 지난 2005년 이후 회사측의 정규직화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으며, 건강을 염려한 주변의 권유로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농성장으로 복귀한 김 분회장은 25일 현재 76일차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김 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단식이 지속될수록 탈수상태가 심해져 의식혼탁이나 급성신부전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작성일: 200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