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경비·청소 노동자 200여명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연대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가 3억50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는데 학교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그 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결국 며칠 후 “문제의 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권리찾기 뒤에는 연세대 재학생 10여명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었다.

연세대 내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인 ‘살맛’ 회원들이다.

‘살맛’은 2007년 3월 만들어졌다.

류하경씨(26) 등 3명이 2006년 가을 한국비정규센터에서 열린 대학생 비정규포럼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주제는 ‘학교 내 비정규직의 인권실태’였다.

한 달 동안 설문지를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을 만난 이들은 열악한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2007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논문 쓰러 왔구나. 그러다 갈거지” 하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학생들은 음료수를 사 함께 마시며 마음을 여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기를 석 달여. 제법 얼굴을 익히고 친해졌다 싶을 때 노조가입원서를 내밀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주일 만에 30여장의 가입서가 모였고, 한 달여 만에 100명으로 늘었다.

결국 2008년 1월 시설관리노조가 출범했다. 현재 조합원은 300여명이다.

평소 학생회의 다른 투쟁, 시위에는 냉소적이었던 학생들도 ‘살맛’의 활동에는 놀랄 만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돈을 내놓겠다는 발표만 했을 뿐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을 규탄하는 성명서에는 한 시간 만에 무려 300명이 넘는 학생이 서명으로 힘을 보탰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런 문제에 나선 것일까.

이들은 “사실 우리도 비정규직의 늪에 빠지게 될까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씨(22)는 “소위 서울의 주요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나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되지’ ‘나는 비정규직이 안 될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윤씨(24)는 “한 사람만 건너도 다 비정규직이고, 정규직들도 언제 비정규직이 될지 모르는 추세를 보면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살맛’은 학교 내 문제를 떠나 서부지역 다른 학교, 지역 주민들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작성일: 200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