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2007년 7월 1일
사망일시- 2008년 6월 30일
주소- 대한민국
사후처리- 화장
책임자- 정부, 한나라당
사망원인- 비정규직 일자리 및 비정규직 노동자 확산, 비정규직 차별 확대, 저임금, 빈곤확산
성명-비정규직법

'근조'를 뜻하는 검은 풍선을 잇는 줄 끝에는 ‘사망통지서’라고 적힌 A4 종이가 묶여 있었다.

헬륨이 차 있는 풍선은 청운동사무소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로 유유히 날아갔다.

검은 풍선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은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 쪽으로 날아가는 풍선을 보며 "이명박 대통령이 꼭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노동자부터 "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며 푸념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풍선을 바라보았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비정규직법이 도입된 1년은 이들에게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2006년 12월 공포돼 작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비정규노동자의 남용을 억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현장에서 법의 시행을 직접 겪은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법은 법으로서 그 의미를 상실한 악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시정하기보다 차별을 조장하고, 신종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을 만들어 비정규직의 희망을 깨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청운동사무소 앞에는 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비정규직 1년을 맞이해 비정규직법 장례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모여 있던 곳에는 영정을 뜻하는 네모난 액자 안에 '단결하여 투쟁할 권리', '존엄성을 지킬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해고되지 않을 권리'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이들 노동자의 권리는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법으로 비정규직법이 사용돼 왔다"며 "이 법은 폐기되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노동3권이 실현되는 법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폐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투쟁만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강한 투쟁을 독려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비정규직법이 차별을 시정한다고 했지만 정착 차별시정은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차별을 심화하고 대량해고를 고착화하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악법 사망선언서'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전후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및 재계약 거부, 직접 고용업무의 외부화, 기간제 예외조항을 활용한 비정규노동자 남용, 정규직-비정규직 업무 분리 및 차별을 고착화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피해가 알게 모르게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비정규직법은 법의 기본 목적과 취지를 상실하고 비정규직노동자를 확대하고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법임을 분명히 하며 비정규직법에 대한 사망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작성일: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