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 1년을 증언하다

1. 부산초읍중학교의 육성회계 직원으로 17년간 근무한 김아무개씨.

7호봉에 머무르고 있는데 학교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능력을 핑계 삼아 인쇄 업무를 시키고 있으며 행정실장이 쓰레기 분리 수거, 화단정리, 문서정리 등 기타 잡무도 강요했다.

2008년 초 도서관 사서가 중간에 일을 그만두자 그 일을 대신 할 것을 지시, 이를 거부하자 행정실 내 직원사이에서 왕따를 시켰다.

노조에서 이에 항의하자 김아무개씨에게 '학교에 암적인 존재'라는 등 욕을 하며 일상적인 폭언과 왕따를 시키고 있다.

2. 연세대에서 청소용역으로 일하는 박아무개씨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은 주 6일 근무에, 주 40시간이다.

그러나 토요일 근무 시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10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또 각 용역회사의 임금 기본급은 최저임금인 7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대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으나 산재보험은 실질적으로 쓰지 못한다.

용역업체 모두 생리수당이나 상여금, 교통비, 식대 등은 지급되지 않는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실시된 지 1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여전하다.

2006년 말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을 비정규직 해고법이며, 비정규직 대량양산법이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비정규직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시행했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올 1월, 작년 9,172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6만76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상시 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근속한 9,266개 공공기관의 기간제 근로자 7만1,8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의 94.1%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임금인상폭도 월평균 20만원 미만이 인상된 경우가 31.8%로 가장 많았고, 20만원에서 40만원 사이에 인상된 사람이 22.3%로 다음이었다.

노동부는 임금 이외에도 상여금, 학자금 대출, 휴가, 편의시설 이용 등 복지후생 면에서도 더 좋은 혜택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통계와 수치를 믿지 못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고와 저임금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노조는 11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비정규직법,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1년을 증언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을 되짚었다.

이 자리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부 비정규직,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 등 공공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정말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했는지에 대해 자신의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비난했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근무평점을 이유로 해고당하고 있다"며 또 "임금인상은커녕 연봉제와 호봉 동결 등 임금삭감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나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노동자들은 외주화의 위협에 놓여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실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매원, 관리원 등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년 12월 약 2천명이 넘는 비정규직들을 자신의 집에서 먼 거리로 전직시키거나 해고시켰다.

공단은 궁극적으로 발매원, 관리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업무 전체를 외주화 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정규직법으로 무분별한 외주화를 단속하겠다더니 오히려 외주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법정 최저 임금은 78만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89만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금 인상은 요원하기만 하다.

되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영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경기도의 학교에만 2만2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전국적으로 따진다면 수십만 명일 것이다"라며 "파악도 안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작금의 현실에 신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법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악화됐다"며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광우병 파동으로 묻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7월이면 비정규직법이 1년이 된다. 하지만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악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분노했다.

작성일: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