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가 청소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청소 노동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해 ‘전원해고’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신여대가 낙찰한 신규 용역업체 옐림은 입찰 과정에서 성신여대 측에 고용승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주지했다.

이 회사의 박모 상무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동자의 성품이 우리 회사에 안 맞는 경우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한 뒤 “그것이 경영방침이며, 회사도 업무지시에 따르는 사람만 쓰는 것이고 학교 측에도 같은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성신여대는 입찰 당시에 신규업체가 성신여대 청소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계약한 셈이다.

특히, 옐림 측은 구두로 낙찰 소식을 듣자마자 노조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지난달 27일경 65명 전원에 대해 구인광고를 내기까지 했다.

이때까지도 성신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전원 해고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학교와 옐림, 심지어 사측에게조차도 통보 받지 못했다.

우연히 같은 날 조합원의 지인이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됐을 뿐이었다.

지인을 통해 구인광고 사실을 알게 된 조합원들은 곧바로 지난달 28일 본관으로 몰려가 어떻게 된 연유인지를 따져 물으며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성신여대는 학교가 개학한 지난 1일 오전, 성신여대 학생들을 상대로 이례적인 홍보물을 게시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대학의 청소를 대행해 오던 청소용역회사의 계약기간(2008.8.31)이 만료됨에 따라, 업체 선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새로운 업체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용역회사의 인력 수급에 관한 사항은 용역회사 고유의 권한으로 고용승계는 우리 대학에서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성신여대는 청소 노동자들의 전원 해고 과정에서 학교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노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힘을 얻고 있다.

성신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경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이유로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 가입했다.

이후 순일, 삼구 등 용역업체와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학교와 사측이 출퇴근 카드를 도입하려고 해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지만, 단협에서 무상근무까지 합의해 줄 정도로 노조는 사측과 학교에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면 성신여대 관계자들은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과 관련한 불만을 수시로 표출해 왔다.

특히 성신여대 학생들과 연대 활동 등을 문제 삼으며 학교 관계자가 노조 간부를 불러 30분에서 1시간씩 언질을 주는 일도 다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종례 공공노조 성신여대 분회장에 따르면, 20년 동안 근무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업체가 변경됐지만 이들은 계약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고도 고용이 승계되어 왔다.

특히 계약만료일이 다가오면 사직서를 쓰고, 계약 만료일이 지나면 2,3일내로 새로운 업체 사장과 인사차 회식을 하는 등 학교는 관행처럼 새로운 업체로의 재계약을 이끌어왔다.

28일 이후 나 분회장은 총무처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엄마들이 배신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 분회장은 이 말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학교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학교가 원치 않던 노조를 결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면 애초에 노조를 안 만들어도 되게 사람대접을 해줬어야 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도 노조와 비슷한 견해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근로조건이 열악했던 청소노동자들의 애환을 직간접으로 지켜본 성신여대 학생들은 “여성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학교가 여성 비성규직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서명운동과 함께 “고용승계”를 촉구하고 있다.


작성일: 2008-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