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인 중형시내버스 운전원의 삶이 참 고달프다. 사측이 비정규직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고는 있지만, 정작 정규직과의 차별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법이 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건’은 지키지 않는 셈인데, 그마저도 정규직보다 턱없이 부족한 임금과 열악한 노동 여건을 스스로 인정하고 감수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기직 계약’은 꿈도 꿀 수 없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를 강요당하는 꼴이다.

　광주 시내버스 회사인 ‘ㅇ운수’에서 일했던 정창수(44) 씨가 지난달 23일부터 광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씨는 ㅇ운수에서 4년째 일한 기간제 운전원이었다. 지난 8월22일이 근로계약 종료일이었고, 사측은 정 씨에게 ‘무기계약직’으로의 재계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정규직과의 차별은 그대로인 채 정년만 보장되는 식이었다. 정 씨는 근로계약서 상의 ‘부동의’란에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항목을 기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근로계약 거부’로 간주했고, 정 씨에게 한달 가량 배차를 해주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22일 가정통지문을 통해 ‘계약종료’ 통보를 했다. 사측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두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어 부득이 근로 조약을 종결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 씨는 ‘적반하장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비정규직 차별시정에는 소홀한 채 오히려 정년을 미끼로 중형차 운전원에게 차별을 인정하는 ‘노예 근로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앙노동위원회가 차별을 인정하고 시정할 것을 결정했음에도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도 정 씨가 반발하는 이유다.

　정 씨가 지난해 11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낸 `차별적 처우 시정’지노위가 기각판정을 내렸지만 중노위에서 부분 승소했다. 당시 중노위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정규직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불리한 처우가 존재한다’며 무사고수당과 근로수당 상여금 지급에서의 차별을 시정할 것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광주시와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씨는 “나홀로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면서 “부당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던 것뿐인데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회사와 싸우고 있는데 동료들은 회사 눈밖에 나면 재계약 때 불이익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회사 눈치 보며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광주시와 사업주에게 법을 지키라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이 1인 시위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동료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노예가 되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계약보다는 주장할 것을 주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또 “돈과 권력이 있는 회사가 광주시와 손잡고 `한 사람이 무엇을 하겠느냐’고 방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라며 “법에 따라 차별을 시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