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재계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2010년 최저임금 동결과 고령자 최저임금 삭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는 최저임금의 최전선에 선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의 최저임금도 ‘안전판’으로는 미흡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잔업·특근·휴근 등 연장 노동으로 그나마 생계를 유지해 왔던 노동자들이 기업체들의 감산과 잔업폐지 등으로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13일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최근 휴·잔업이 사라지면서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은 이들이 1월 급여부터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휴·잔업 없이 주40시간 노동을 하게 됐을 경우 받게 되는 기본급은 원래 턱없이 낮았던 셈이다. 그 동안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면 지금은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 된 것.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기본 일급이라고 해봐야 최저임금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이 휴·잔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며 “현재 기업들의 감산으로 일거리마저 준 상황에서 그야말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노동자는 “90여 만원의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답답하다”며 “몇 개월 견디면 나아질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막막하다”고 밝혔다.

영세업체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금속노조 광주지부 손상용 조직부장은 “현재 대부분의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겐 ‘기본급=최저임금’이란 등식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주 40시간 혹은 주 44시간의 노동을 할 경우 생계조차 유지 안되는 구조”라며 “최근 경제 위기는 이들 저임금 노동자들을 생존의 마지노선까지 물러서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용역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여성·고령 노동자처럼 최저임금이 곧 ‘총액임금’인 이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재활용품 수거업체에서 선별작업을 하는 ㅂ(46) 씨의 경우 주 40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인 78만원 정도의 급여에 교통 수당으로 2만~3만 원을 받지만 80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생계를 책임지기엔 힘든 형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산재위험도 매우 커 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걱정 또한 크다.

용역업체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ㅂ(60·여) 씨 역시 80만 원이 채 안되는 돈을 받고 일하지만 한나라당이 발의해 놓은 최저임금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이 발의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 △수습근로자의 최저임금 감액적용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최저임금에서 숙식비용의 평가 및 공제한도 신설 △최저임금의 의결기한을 초과했을 경우 공익위원이 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공서비스노조 전욱 지부장은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벼룩의 간을 떼서 경제를 살리자는 법이며 가장 약자의 자리에 서 있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무너뜨리는 법”이라며 “오히려 경제위기의 고통이 집중되고 있는 노동자 서민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작성일: 200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