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직면한 국내 대형 제조업체들이 비정규직들과 하청업체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감산과 정규직 전환배치가 비정규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생산성 향상' 명목의 단가인하(Cost Reduction)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차 노사 350명 전환배치 합의=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는 28일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초래된 국·내외 경영상황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약 350명의 인원을 전환배치해 탄력적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강제적인 인원정리를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전환배치와 관련해 휴직하는 정규직은 단체협약에 따라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사내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계약기간 중에는 사내협력업체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신차출시 또는 경기호전으로 휴업기간 내라도 필요인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고용을 안정화하는데 노력하기로 했다"며 "사무관리직에 대해서도 안식 휴가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지난달 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스턴·액티언을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1라인의 감산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라인·지원부서 인원 550여명의 라인재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비정규직 '해고'=노동계와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350명 전환배치 합의를 형식은 휴직이지만, 사실상의 비정규직 '해고'로 바라보고 있다. 비정규직은 휴직실시 이후에 재고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택공장에는 12개 사내하청업체에 630여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쌍용차의 전환배치가 완료되면 현재 비정규직 절반 이상이 일자리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전환배치는 지난 2006년 말 전환배치와 유사하다. 쌍용차 노사는 2006년 말 3개월여의 논의 끝에 정규직 420명을 라인별로 재배치했다. 잉여인력으로 분류된 정규직은 기존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분야로 옮겨갔고, 비정규직 400여명이 희망퇴직과 휴직을 실시했다. 당시 희망퇴직과 휴직을 신청한 비정규직들은 공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감산과 전환배치는 극심한 판매부진에서 기인한다"며 "뾰족한 판매 타개책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진중공업, 하청 작업단가 인하=부산의 한진중공업 사내하청업체 40여곳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3일 동안 원청의 단가인하 요구에 반발해 잔업을 거부했다.
한진중공업이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작업단가 10%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청과 하청의 수직고리가 형성된 국내 제조업에서 하청업체들이 원청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일은 보기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청업체들의 반발은 원청의 압박으로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이 하청의 재무구조 까지 표본조사해 압박을 가했다"며 "회계가 깨끗하지 못한 하청으로서는 원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청의 단가인하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생산성 향상은 다른 의미에서 인건비 절감"이라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성일: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