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의 집단 계약해지에 항의해 온 화물연대 소속 한 간부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대전시 대덕구 읍내동에 위치한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야산에서 박종태(38·)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 지회장이 숨진 현장에는 '대한통운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박씨가 지난달 30일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회사에 복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글을 민주노동당 광주지역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종적을 감춘 뒤 사흘만이다.

화물연대는 박 지회장이 대한통운 광주지부 택배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저녁 대전에서 긴급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했다.

박 지회장이 숨진 장소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30일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민주노동당 광주지역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대한통운이 아니 금호자본이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깨기 위해 탄압한 지 43일째”라며 “물론 이명박 정권의 재벌 키우기와 노동조합 말살정책이 배경이기는 하겠으나 공권력의 잔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 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들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지켜주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남겼다.

박 지회장은 지난 3월 대한통운이 광주지부 소속 택배기사 78명을 집단 계약해지 하자 대한통운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여 왔다.

박 지회장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에 가입, 운송업체인 인홍상사의 지입차주로 일했다. 2005년 광주지부 사무차장을 맡으면서 ‘삼성전자 운송거부 투쟁’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광주1지회장으로 당선 됐다.

고인의 시신은 대전 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 중이며, 유족으로는 부인과 2명의 자녀가 있다.


작성일: 200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