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자들 어디로 가고 있나?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해보니 어디를 가든 대혼란과 혼돈이다. 도대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무엇을 향
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과 목적을 상실한 것처럼 어수선하다.
먼저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이다. 본래의 추진 목적이 심야노동 철폐를 통한 건강권 확보에서 시작되었으
며, 8시간제 노동을 통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자는 염원에서 출발했음에도 지금 현장은 주간연속2교대
를 통한 8시간 노동제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회사를 원망하고 집행부만 탓할 일이 아니다. 작년에 재합의를 통해 2009년 9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
다면 불과 4개월을 앞두고 있음에도 사업부 차원의 물량이동과 물량비율 조정을 협상하면서 10/10 보장
을 기본요구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노사간에 합의는 8/9로 해놓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10/10을
요구하는 이해하지 못할 현상은 대의원들과 조합원들 스스로가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를 파기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모순이 발생한다. 주간연속2교대를 하지 말자는 것인가 하자는 것인가.
두번째는 비정규직 문제이다. 최근 물량노사공동위가 오랜 진통 끝에 3공장의 아반떼를 2공장으로 물량
나누기에 합의했다. 윤해모 지부장은 총고용 보장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불가피함을 성명서를 통해 발
표했다. 그러나 3공장 대의원회는 아직도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의원들의 요구사항 수렴이 부족하
다며 원성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2공장 투싼라인에 승용차인 아반떼를 투입하게 되며 투입공수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유인력을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골라 정리하자는 안을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노사간에 총고용 보장의 원칙을 합의하고 물량이동을 추진한 결과가 정규직은 10/10 근무를 하면서도 비
정규직들을 희생시키는 비참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어려운 시기 비정규직을 희생양 삼아 정규직들이
10/10 근무를 한다면 사회적으로 어떠한 명분도 없으며, 노사간 물량이동 합의는 결국 비정규직 정리해고
합의로 나타날 위험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집행부의 내부 일자리 나누기 차원의 물량이동 합의가 회
사에 의해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악이용 된다면 도덕적 타격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10/10 특근 2개 – 과거로 회귀는 없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터키, 중국, 인도, 미국, 유럽, 러시아, 브라질에 국내 180만대보다 더 많은 216만대
의 현지 해외공장 생산체제가 완성된다. 현재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불어닥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지 생
산과 판매가 이루어지면 국내생산 수출차의 30% 정도가 감소되며, 연장과 특근은 자동으로 사라질 상황
이었다.
“있을 때 벌자”라는 말은 시효성이 사라지고 시급제 임금체계에서 연장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30~40%의
임금삭감이 이루어질 위기는 조합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기에 노동조합은 주간연
속2교대를 통한 8시간 근무제와 생활임금 확보 차원에서 월급제를 추진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여곡
절이 있는 합의지만 올해 9월 1일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해야 함에도 말 한마디 못해보고 작년 11
월경부터 30~40%의 삭감된 임금은 가정생계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적금과 보험을 깨고 자녀 학원까
지 중단할 만큼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조합원들은 당연하게 10/10에 특근 2개의 시절을 그리워 할만 하
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단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부터 장시간노동을 통해 많이 벌겠다
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회사의 해외공장 정상가동과 함께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아무리 10/10에 특근 2개
라는 합의서를 써보았자 서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며 변화된 상황에 맞게 우리들의 삶을 바꿔
야 한다. 일본, 미국, 유럽의 노동자들보다 4~6개월의 노동을 더 하면서 받아가는 허구적인 고임금 노동
귀족이라는 소리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과로사로 죽어가는 노동귀족은 없어지는 게 대세이다. 사업부 대의원들도 물량확
보로 조합원들을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과로사로 죽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 노동
자들은 일을 많이 하여 과로사로 죽고, 실업자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자살로 죽어가는 비정상적인
나라를 바로잡아 가는 게 주간연속2교대제이고 일자리 나누기이다. 현대자동차가 2400시간 미만으로 상
한제를 실시하면 3500명의 추가 일자리가 생긴다. 이제 남의 일거리까지 독식하며 열심히 일하는 자는
사회의 악’이 되는 시대이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며, 8시간 충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향해 과거의 질곡으로부터 과감하게 탈출해야 한다.
2공장 조합원들부터 모범사례를 만들자
창원의 금속노조 한 공장에서 생산물량의 부족으로 휴업이 불가피하자 휴업수당이 없는 비정규직과 이
주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고 정규직들이 휴업에 들어간 사례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해묵은 숙
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2공장 대의원들이 물량노사공동위의 총고용 보장 합의를 깨면서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다. 물량이동
과 조정이 정규직들의 10/10 근무보장과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나타난다면 이는 전 공장에 걷잡을 수 없는
비정규직 대량 정리해고 사태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3공장에서는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까지 내어준
아반떼가 비정규직을 정리해고 시키는 흉기로 돌변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집행부는 다시는 물량이동
과 관련된 어떠한 협상도 불가능할 만큼 도덕적 명분을 상실하고, 현대자동차 노사관계는 더욱 경직될 것
이 분명해진다.
2공장 대의원회는 아반떼 생산으로 발생하는 여유인력을 2공장 자체적으로 소화시켜내는 협상전략이 필
요하다. 정규직 10/10 근무에 목을 메지 말고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이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 정규직들의 이기심을 자극하지 말고 이 힘든 시기에 비정규직을 끌어 안고 함께 갈라먹고 살
자는 노동자들의 의리를 보여주기 바란다. 자신있게 조합원 대중 앞에 나서서 물량이동과 일자리 나누기
가 정규직은 10/10 하고, 비정규직은 정리해고하자는 게 아님을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다면 8/10,
8/9, 8/8로 컨베어 속도를 조정하는 한이 있다하더라도 총고용 보장과 일자리 나누기는 정규직과 비정규
직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노동의 정의가 바로 선다. 조합원들 또한 나만 배불리 살기 위해 비정규직 살인공
모를 원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공장 대의원들이 가장 힘든 협상의 중심에 서 있다. 2공장이 잘못 풀리면 전공장에 정규직 10/10을 위한
비정규직 정리해고 광풍이 몰아칠 것이다. 2공장이 비정규직을 끌어 안고 물량이동의 일자리 나누기 정신
에 따라 함께 갈라먹고 살기를 선택한다면 모범사례가 되어 전공장으로, 전국의 금속노동자들에게 확산
될 것이다. 협상을 중단하고 여유인력에 대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2공장 대의원들에게 우리 모두 응원을
보내자. 비정규직 끌어안기와 주간연속2교대의 8시간 노동제 원칙을 지키려는 2공장 조합원들에게 격려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자. 2공장의 모범이 혼란과 혼돈에 휩싸인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악습을 털어내는 홀
가분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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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점심시간 공장 안 집회를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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