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트 전기 해고노동자들의 철탑 고공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면서 '복직 될 때까지'를 기한으로 철탑에 오른지 16일로 37일 째.

30m높이의 한 평이 채 안되는 좁아터진 철탑에서 하루하루 날짜를 세가고 있는 이주석(41), 유제휘(39)씨의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주석씨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일어서면 허벅지 밖에 오지 않은 난간 때문에 앉은뱅이로 살다시피하고 있다"며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말했다. 허리와 무릎 관절이 점점 뻣뻣해지고 있어 이러다가 하반신 마비가 오지나 않을까 내심 두렵기도 하다. 매일 온몸을 파스로 도배하다시피 붙이고 있지만 고통은 줄지 않는다. 또 다른 농성자 유제휘씨는 "변덕스런 날씨가 농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시피 하다보니 날이 갈수록 신경도 예민해진다. 유씨는 "사람이다 보니까...농성이 장기화되고 갇혀 있고 움직일 수 없으니까 신경이 많이 예민해진다"며 "그래도 '땅'에 있는 동지들이 책과 먹을 것도 많이 올려주면서 신경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많이 노력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과 신체적 고통보다 농성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건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이들은 2007년 9월 사측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한 노동자 11명 중 7명에 대한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 당시 사측은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우선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중 2명만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로 인정돼 복직됐을 뿐, 나머지 9명은 '적법한 해고' 판정을 받았다.

지난 해 9월에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 사측으로부터 '해고자 우선 채용'을 약속받고 6일만에 내려왔으나 돌아온 건 출근통보 대신 3명의 신규채용 소식 뿐이었다. 기나긴 투쟁 과정에서 육아문제로 고민하던 두 명의 노동자는 결국 투쟁현장을 떠났다. 유씨는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고공농성이었다"고 말한다.

사측 "일단 내려와라"..해고자 "성실하게 협상해야"

이들의 고공농성에 사측은 "일단 내려와라. 내려오고 나서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사측과 2차례 만나고 온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명제만 부지부장은 "사측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해고자들에게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실질적인 안을 가지고 나오지를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심종섭 지부장도 "사측은 회사가 어려워서 인원을 채용할 수 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지금도 신규채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측 논리엔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협상에 해고자들은 물론 협상단으로 나선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또 사측이 노골적으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개입을 꺼려하고 있어 협상진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명제만 부지부장은 "농성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에 장기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고자들의 복직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참여 문제를 가지고 밀어부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7일 범시민사회대책위를 발족하고 사측과 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20일 부턴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이 현장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하며 농성자들에게 힘을 더할 예정이다.

유제휘씨는 "예전처럼 속고 또 속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며 "복직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석씨는 "40일이 다되가는데 사측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걸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면서 "하루빨리 감정적인 대립을 떠나서 진성성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작성일: 20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