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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
| 입력 2010.12.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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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로 꼬박 한 달이다. 그렇게 긴 시간이 될 줄은 몰랐다. 날짜를 센다는 게 의미 없는 일이 된 지도 오래다. 온 종일 책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답답하다. 높이 30m·반경 0.5m의 원형 철탑에서의 생활, 힘들고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강한 바람 탓에 멀미를 느끼고 몸은 자꾸 지쳐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장소가 협소한 탓에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고, 낮은 난간에 온 종일 앉아서 생활할 수밖에 없어 허리와 다리에 오는 마비 증상은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릎을 펴고 잠을 잘 수 없는 공간이어서 아침이면 허리가 아파오고, 다리에 마비가 와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둘이 할 수 있는 건 서로에 대한 걱정과 건강을 묻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 달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인 유제휘·이석주 씨가 철탑 위에서 전화기로 전하는 솔직한 마음이다.
힘들고 지친 몸, 그러나 더 참기 어려운 건 속절없이 지나는 시간이다. 그들을 내려오게 할 수 있는, 그 철탑 위의 힘든 여건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버팀목은 `원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하루가 지나가고 또다시 시작되는 긴 밤’이 두렵고 힘든 이유다.
그러나 내려갈 수 없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랐고, 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코 스스로 내려갈 순 없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언제 내려갈지 모를 기약없는 고공농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곳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해고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내려가 같이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직까지도 회사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고, 또 밑에 있는 해고자들 마음도 마찬가지 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빨리 해고 문제가 해결돼서 밑에 있는 해고자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노동청이나 관계당국이 나서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루 빨리 내려가고 싶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가족에게조차 고공농성 사실을 차마 알리지 못하고 `서울 간다’며 오른 철탑. 그 위에서 바라는 건 `집 한 채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수억 원을 달라’는 것도 아닌 `원래 있었던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이다. 하지만 아무 대답 없는 회사에 대한 원망만 쌓인 채 그렇게 힘겨운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작성일: 2009-04-10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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