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벌기업들이 25일 '일자리 나누기'를 명목으로 구체적인 고용확대 방안도 내놓지 않은 채 신입사원들의 임금과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노동계는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주주들에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해외주식투자자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은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를 열고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차등 삭감하기로 '협의'했다.

이들은 대졸 초임 2천600만원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고, 2천600만원 이하인 기업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존 직원도 앞으로 몇 년간 임금을 동결해 재원을 마련하고 신입 직원과 임금 격차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도 계열사별로 10∼15%가량 초임을 삭감하겠다고 밝혔으며, LG도 5~15%정도 삭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사민정 대타협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한국노총은 합의가 이뤄진지 불과 이틀 만에 사전 협의 없이 임금 삭감이 발표된 데 대해 배신감을 드러냈다.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은 "노사민정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기업들의 방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민정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도 이날 임금삭감 발표에 대해 "강도나 다름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자본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 속에서 나온 임금삭감안으로 전체노동자의 임금을 저하시키려는 불순한 속셈"이라며 "내수침체 악화로 경제파탄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임금삭감 일자리 나누기는 죽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제조업의 경우 시급제 임금구성의 특성상 경제위기로 인한 생산감축으로 이미 기본급대비 20%, 임금평균대비 10%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임금 삭감' 이전에 '배당 삭감'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정보사이트인 FN가이드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이익금 중 삼성전자 약 7000억원, SK텔레콤 약 6000억 원, 포스코 약 57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익금의 약 18%를 차지하는 액수다.

이에 대해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임금 삭감을 거론하기 전에 정부와 재계, 그리고 금융계는 '배당 중지 협약'을 맺고 배당 중지 캠페인을 벌여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자신들의 배당금을 출자전환하거나, 외국인 지분이 많은 대기업들이 배당삭감.중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땀 흘려 일해서 받아야 할 월급은 깎고, 돈 굴려서(투자) 벌어들이는 배당금은 보장해준다면 어느 누가 노동을 하려고 할 것이며 어느 세월에 고생해서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절이 올 것이냐"고 덧붙였다.

작성일: 200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