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무기계약직 전환 피하려 2년 단위로 해고 통보
ㆍ학교 옮기면 경력 ‘0’… 박봉·고용불안 시달려

경기 ㅅ중학교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모씨는 다가오는 2월이 두렵다. 학교에서 신학기 시작 전까지 급식실 조리종사원 14명 중 2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벌써 3년째다. 이 학교는 학생수 감축으로 예산이 줄었다며 해마다 2명씩 조리원을 해고해왔다. ‘올겨울엔 누가 살아남고 누가 잘려 나갈까….’ 조씨와 다른 조리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

또 다른 경기 ㅅ중학교에서 특수교육보조로 일해온 신모씨(51)는 최근 학교로부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았다. 1년만 더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는데, 이 학교도 어김없이 1년 만에 계약해지를 선고한 것이다. 신씨는 “어떤 학교들은 서너곳씩 담합해 2년 미만 단위로 비정규직들을 해고한 뒤 다른 학교에서 재고용하는 꼼수를 쓴다”며 “학교를 옮기면 이전 경력이 모두 무효가 돼 무기계약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1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3월 현재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숫자(기간제 교사 제외)는 무기계약직 5만4951명, 계약직 4만9782명을 합해 모두 10만4733명에 이른다. 전체 교육기관 구성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리원이 4만여명으로 가장 많고 교무보조 8068명, 방과후학교 강사 7244명, 특수교육보조 4566명 등이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방관 속에 심각한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학교 급식실 조리사의 월급은 법정 최저임금인 월 83만6000원을 갓 넘긴 86만349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10년 일하더라도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학교 비정규직들이 방학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경력에 따라 근속가산금을 지급하기로 규정을 개정했지만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학교들이 무기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서로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가 잦은데다, 학교를 옮기면 근속경력이 ‘제로’가 돼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지난해 3월 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가 학교 비정규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5%가 휴가를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추진위 이시정 공동집행위원장은 “학교 비정규직들은 모든 것이 학교장 재량이어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교과부는 학교 교육기관에서 이처럼 비인격적인 차별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지자체 소관으로 떠넘기며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추진위는 12일 전교조·비정규직교수노조 등과 함께 학교비정규직 고용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오는 18일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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