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분도 아닌데, 부당한 해고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겁니다.”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답동 서울도시철도공사 1층 로비. 해고노동자 고 박정호씨(44) 추모행사에 노조원 8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 가운데 29명은 해고 노동자였다.

박씨는 지난 18일 서울 가산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상이 없는 데다 유서도 없어 박씨가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호선 철산역 부역장이던 박씨는 지난해 8월 ‘5678서비스단’으로 발령받았다. ‘5678서비스단’은 전동차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잡상인을 단속하는 일을 한다. 노조는 ‘5678서비스단’의 업무가 일용직과 다를 바 없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 7월부터 노조의 파업에 참가했는데, 회사 측은 파업 참가자 중 30명을 골라 ‘결근 7일 이상이면 직권면직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적용해 해고했다. 박씨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노조는 “ ‘5678서비스단’ 직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 우울증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공사가 정당한 쟁의행위를 근무 태만이라며 대량 해고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경영 행태가 박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는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한 달 전부터 뇌경색으로 부산에서 입원 중이다.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아 현재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다. 아버지마저 위독한 상황이어서 박씨의 큰형은 서둘러 동생의 장례를 치렀다. 부검도 거부했다.

동료 박재영씨는 “고인은 힘든 가정사를 주변에 얘기하지 않고, 항상 밝게 살았다. 이제라도 고인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인 도시철도공사 홍보팀장은 “5678서비스단 발령 등의 이유로 사망했다는 것은 노조 측 주장”이라며 “직권 면직 전 몇 달에 걸쳐 소명할 기회를 여러 번 준 만큼 노조 측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성일: 201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