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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어이없는 민간사찰-한국인 노동자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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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 입력 2010.12.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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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에서 느닷 없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해고하는 측은 이 노동자에게 '해고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네가 어떤 일을 할 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해고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이 일이 벌어진 곳이 일반 회사가 아니라 미군부대이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없어서 해고한다'= 군산 미군부대(미 제8전투비행단)에서 17년 동안 전기기사로 일해온 한국 민간인 정아무개 씨는 지난 10월 21일 미군 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통보에 앞서 정씨는 지난 6월 10~11일 주한미공군 특수수사대에 연행돼 군사기밀 누출 등 스파이 혐의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라는 단체와의 관계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그 이유는 정씨가 15년 동안 출석한 돌베개교회의 담임목사인 유승기 목사가 군산 평통사의 대표였다는 것이다. 정씨의 경우 이 교회의 교인일 뿐 평통사와 관련한 활동을 한 적도,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유 목사가 군산기지 정씨의 사무실을 심방 차 방문한 것이다. 이는 교인들의 신앙활동을 돕기 위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목사의 선교활동의 일환이었고, 합법적인 출입절차에 따라 안내원의 안내까지 받으며 이뤄진 것이었다.
당시 유 목사는 정씨를 찾아 점심식사만 하고 헤어졌으며, 사무실에서 심방기념 사진을 찍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미군 측의 조사를 받자 정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자칫 잘못하면 17년 동안 잘 다닌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교회에도 몇 개월 간 나가지 않고 혼자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하지만 그런 정씨에게 미공군은 지난 9월 20일 1달 간 해고 예고기간을 거쳐 해고할 것이라는 통보를 했고, 지난 10월 21일 최종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정씨는 현재 최종 구제 절차를 신청해놓은 상태이고 2~3개월여가 지나야 최종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해고통지가 취하될 지는 미지수다.
◆'17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했지만...'= 돌베개교회 유승기 목사(전 군산평통사 대표)는 정씨가 아직까지도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측은 뚜렷한 물증도 없이 정씨를 조사하면서도 마치 간첩 혐의자를 대하듯 강압적인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군용견을 끌고 와서 '너를 스파이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끌고 가서 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대고, 집에 찾아와 군홧발로 기어올라오는 걸 '신발 벗고 오라'고 할 정도였고, 애들 컴퓨터까지 뒤지고, 절대로 조사 받은 걸 외부에 얘기하지 말라고 하고, 그렇게 협박을 받았으니 정씨가 저에게도 몇 달 동안 얘기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게다가 해고통지를 했지만 해고를 한 정확한 사유도 없다. 강압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군사기밀 유출은 커녕 정씨가 평통사라는 단체와 관련됐다는 증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해고 사유가 "하나는 평통사 대표를 부대 안에 찾아오게 했다는 것, 두번째는 평통사 대표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꾸로 하면 '해고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미군 측이 스스로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 측이 정씨를 해고한 것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즉 '잠재적 위험 가능성' 때문이었다. 유 목사는 "이는 결국 우리 교회에 출석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 교회 목사가 평통사 대표이기 때문에 해고했다는 뜻"인데 "평통사를 아주 극렬 반미단체로 생각하고 대표가 목사로 있는 돌베개교회도 한통속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씨가 17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데 대한 평가는 이 과정에서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유 목사는 "17년이면 장기근속인데, 국내 회사 같으면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갔을 것"이라면서 "문제는 미군의 경우 파견근무 기간이 보통 1년이라서 오랫동안 정씨와 사귄다거나 하는 인적 기반이 없고, 그가 성실하게 근무해온 것을 지켜본 상사도 없다"고 말했다.
평통사는 이번 해고조치가 한국 노동법은 물론이고 한미소파(SOFA)의 제17조 3항 '합중국군대가 설정한 고용조건 및 노동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와 한미 소파 합의의사록 제17조 3항 '합중국 정부는 정당한 이유없이....고용을 종료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어긴 "불법적인 해고"라고 비판했다.
◆'외국 군대의 일상적인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이 사건은 단순이 '부당 해고'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 목사는 미군 측이 몇 개월에 걸쳐 정씨는 물론이고 유 목사와 돌베개교회 신자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뒷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직장 심방 후 우리 교회 인터넷 카페 비밀방에 올린 글을 프린트 해서 조사할 때 들이밀었다고 한다. 또 교회 교인들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누구고, 평통사 회원은 누구고, 단체 회비를 얼마 낸다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그렇게 속속들이 알면서 질문을 던지니까 정씨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통사는 교회 홈페이지의 비공개 글까지 샅샅이 조사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시민단체는 물론 민간인과 교회를 일상적으로 불법 사찰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군 측은 해고 이유 통지서에도 "2008년 9월 11일부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씨를 연행해 조사하기 훨씬 전부터 주변 조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통사는 "불법적인 사찰을 진행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통사는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한국 민간인과 시민단체, 교회를 사찰하고 조사할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만일 불법행위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한국 수사기관의 몫이지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관여할 사안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불법사찰, 강제 연행, 압수수색은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한 심각한 유린이자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통신의 비밀 보호를 규정한 통신비밀호법 제3조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교회의 목사가 군산 평통사 대표라는 이유로 평통사와 유 목사를 군사기밀누출 운운하며 스파이혐의를 덮어씌워 조사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헌법 제20조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군 측이 수사기록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이러한 불법성을 자인하는 셈 아니냐면서, 수사기록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평통사에 대한 표적수사.탄압"= 군산 평통사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관련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통해 부당 해고,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의 문제를 사회에 알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관련한 법적 대응도 병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이번 사건이 평통사라는 단체의 활동에 족쇄를 씌우려는 시도라고 보고있다. 유 목사는 "그 동안 미군기지 내 해고의 건들은 많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걸어서 해고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평통사 대표의 기지출입을 문제삼아 정씨를 해고한 것은 주한미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표적수사와 탄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평통사는 "주한미군 당국은 한국민 앞에 사죄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미군 당국이 나서서 이 사건을 철저히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권 침해와 한국민 인권 침해와 부당 해고를 바로 잡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이것이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작성일: 2010-11-1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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