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약 74만명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통계에 잡히는 인원은 55만7000여명. 나머지 18만~19만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국내외의 지탄을 받던 ‘산업기술연수생 제도’가 종식되고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6년째 실시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 자료나 관련 연구는 미흡하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가 지난해 이주노동자 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가 그나마 광범위하면서도 체계적이다.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 58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이들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0.9%였다. 12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답한 노동자도 31.9%에 달했다. 대다수가 토요일 근무를 포함해 주당 60시간에 이르는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겪은 인권 침해와 부당 대우 경험 유형으로는 임금체불과 폭행이 가장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한 것보다 월급이 적게 나온 경험”(37.7%)과 “월급이 한 달 이상 밀린 경험”(21.8%) 등 임금체불 관련 응답률이 높았고 동료와 상사로부터 폭언(35.8%)과 구타(10.5%)를 당한 경험도 많았다.

“업무와 관련해 다치거나 아픈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187명으로 무응답자를 제외한 유효응답자의 48.3%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66명(35.3%)은 자신이 치료비를 지불했다고 답했다. 국내 노동법에 의해 보장되는 산재처리 비율이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주거환경도 열악했다. 3명 중 1명꼴(37.5%)로 공장에 딸린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4명 중 1명(25.1%)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이 같은 시설은 대체로 주택법상 비주거시설인 경우가 많아 화재 등에 취약하다. 실제 응답자들도 “냉난방 시설이 열악하다”(19.7%)거나 “비위생적”(14.3%)이라고 답했다.

이영 외노협 사무처장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차별 등의 인권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을 생산수단의 일부로만 보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근로감독은 물론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성일: 20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