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사통위)는 25일 대학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2013년까지 시간당 강의료를 2배 정도 올리는 방안 등을 담은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법적 신분에 대한 구체성이 모호할 뿐더러 재원마련 방안, 사립대에 대한 강제조항 등이 빠져 있어 생색내기용 발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체성과 강제성 없는 생색내기용 '교원지위 회복'

사통위의 이번 시간강사 대책의 핵심은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사통위는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하기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간강사들은 77년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상실되어 신분 보장, 대학운영 참여 등에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해왔다. 대학 교육의 6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 시간강사들이 강의 진행 외에 모든 측면에서 배제됨에 따라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처우가 지속되어 왔다. 특히 강사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볼모로 대학들은 교수채용과 학사운영 등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등 대학 민주화의 큰 저해요인이 되기도 했다.

사통위가 이번 대책에서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한 것은 '강사료를 얼마로 올리겠다' 등에 그쳤던 그간의 대책에 비추어 볼 때 진일보한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강사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채용 조건, 신분 보장·복무 등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신분의 본질적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을 교과부에서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대책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이다. 명목상으로만 넣어놓은 채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신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 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책이라는 평가를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구체적인 부분들은 대학들이 학칙 또는 정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규정하도록 함에 따라 각 대학들이 실행에 옮길 지 여부도 확신키 어려운 상황이다.

계약기간만 1학기에서 1년으로 바뀐 비정규직

불안정한 강사들의 신분에 대한 대책도 이번 사통위의 대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사통위는 그간 대부분 1학기 단위로 계약하던 시간강사들을 1년 이상 기간을 정해 계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계약기간이 1학기 단위에서 1년으로 조금 연장된 것일 뿐 불안정한 고용구조에 대한 개선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시간강사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이에 대해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강사를 임용하여'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시간강사를 강사로 이름만 바꿔 법으로 비정규직을 용인해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초빙교원을 1년 이내의 계약기간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함에 따라, 시간강사들을 '초빙교원'으로 이름만 바꿔 채용할 수 있는 소지도 열어뒀다.

재원마련 방안 없어 실현 가능성 의문

1인당 연봉이 천만 원에도 미치는 못하는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대책도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사통위는 국립대는 2013년까지 시간당 강의료를 현재 4만3천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하고 사립대에서는 강사 연구보조비를 예산에 반영해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립대 시간강사 경우 연봉 2200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7만여 명의 시간강사 중 대부분인 5만 7천여 명의 사립대 시간강사의 경우 사통위 안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연간 수입이 1600만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이 또한 강제사항이 아니라 사립대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진행돼 사립대들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인 사항이다.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부분도 빠져있다. 사통위는 2011년 예산은 교과부를 통해 국회와 협의하고 2012년 이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교과부가 제출한 2011년 교과부 전체 예산은 올해 대비 7.5% 증액되어 있지만 대학교육과 관련된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0.7% 증액에 그친 상태다. 내년에 당장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는 채 공만 국회로 넘긴 셈이다.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이 없는 이번 방안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또다시 삭감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작성일: 201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