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은 고용규제 완화와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단기·임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춰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국가고용전략에서 특히 파장이 예상되는 부분은 파견·기간제 노동시장에 대한 법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현행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종이 일부 조정된다. 파견 실적이 적은 특허 전문가·여행안내 종사자 등을 제외하고, 수요가 많으면서 정규직 대체 가능성이 적은 업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제품·광고 영업, 경리 사무, 웨이터 등이 신규 허용 검토 대상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파견직 노동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신설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위·수탁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청소·경비 업무의 경우에는 2년 제한의 규정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되,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원 등 일부 직종을 예외로 두고 있는데 이 직종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로 인해 ‘기간 제한’이 전반적으로 무력화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향후 노·사·정이 논의를 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방향이 기간제 노동자 사용 규제와 파견업종 제한 규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규제가 후퇴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열악한 고용조건 속에 있는 파견노동자가 대거 양산되고 예외 대상이 늘면서 기간제 사용기간 규정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이 규정은 ‘파견·기간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가는 가교로 만들자’는 뜻에서 도입한 것인데 그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사회적으로 고용 단절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과 여성을 위한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취약계층 일자리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며,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갈 경우 오히려 고용의 질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취약계층 일자리 문제와 공정한 노동시장을 과제로 내걸면서도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고용유연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내놓아 진단과 대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사회안전망 사각지대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고용전략 과제 추진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 이견이 큰 제도 개선 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와 입장차가 크다. 정부는 지난 10개월 동안 국가고용전략회의를 개최하면서 노동계 인사들을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시작부터가 잘못된 발상”이라며 “정부 대책은 저임금·단기·임시 일자리 만들기로, 양질의 일자리도 비정규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오늘 발표된 국가고용전략은 정부 부처별로 추진해왔던 기존 정책들을 재탕, 삼탕 하면서 별반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한 졸작”이라며 “밀실 고용전략을 백지화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 고용규제 합리화 및 복지와 일자리의 연계성 강화는 노동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5대 중점과제에 대한 근간은 차질없이 시행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성일: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