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서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유보임금' 관행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한 레미콘노동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해 분신을 기도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임금체불이 늘고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노조와 전북순창경찰서에 따르면 레미콘기사인 서아무개(47)씨가 88고속도로 확장공사 현장인 전북 순창군 유등면에서 이날 오전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서씨는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소방헬기에 의해 서울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순창경찰서에 따르면 서씨는 당시 현장에서 다른 건설기계노동자 20여명과 함께 원청인 현대건설 건설사무소 앞에서 18억원의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다.

순창경찰서 관계자는 "서씨가 이번 공사에서 임금 830만원을 받지 못해 하청업체인 정주 C&E를 방문했으나 답변을 해 주지 않자 원청인 현대건설에 와서 항의하던 중 분신을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현장에 올 때부터 두꺼운 솜으로 된 전신복에 시너를 뿌리고 나타났고, 2차로 휘발유를 다시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서씨가 이전의 다른 업체와 일을 하면서도 5개월간 임금이 밀려 생수와 옷 등 다양한 생필품 등을 쌓아 놓고 차 안에서 생활했을 만큼 생활고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건설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유보임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는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와 원청인 현대건설이 법대로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다면 체불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발주처·원청·하청으로 이어지는 유보기간을 14일 이내로 줄이고 발주처가 기성 중 임금 부분을 따로 떼 노동자들이 제때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급공사 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은 정부가 그만큼 유보임금에 안일하게 대처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작성일: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