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5115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정비·점검 작업을 대폭 줄이거나 생략하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철도공사는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적자 축소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12월 작성한 '공공기관 선진화 대책'을 통해 철도공사에 5115명의 인력 감축을 요구했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작년 3월 치임 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인력 감축안을 확정했다.

이는 철도공사 전체 인력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철도공사는 연간 3천억원의 적자를 2012년까지 185억원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인력감축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2010년 인력 조정 계획'에 따르면 올해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개통, 경춘선 복선화, 부산 신항 배후철도 건설 등으로 815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철도공사는 오히려 143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이익 위해 인력 줄이고 점검 소흘

인력을 무리하게 줄이다 보니 고객 안전에 직결되는 차량 점검이 대폭 줄어들거나 생략됐다.

철도공사는 새마을, 무궁화 등 여객수송 열차는 한번 운행하면 점검을 해 왔으나 4일에 한 번 점검하는 체계로 바꿨다. 특히 기관차는 매일 점검하던 것을 3일 혹은 7일에 한 번 점검하기로 했다.

KTX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TX의 경우 3,500km 운행 후 점검하던 것을 5,000km 운행 후 점검하기로 했다.

박현수(50) 철도노조 차량국장은 예방 가능한 사고들이 관리와 점검 부실로 자칫 큰 인명피해를 낳을뻔 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22일 용산에서 광주로 향하던 디젤기관차의 부품이 떨어져 객차 유리창을 깨고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 국장은 이 사고도 점검만 제때 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또 같은 달 14일 군포에서 금정역으로 운행하던 전동열차의 팬터그래프(전기공급장치)가 파손돼 열차 운행이 정지된 사고도 점검주기 연장에 의해 일어난 사고라고 강조했다.

태풍 '곤파스'에 멈춰버린 전철. 비상시 가용인력 줄어

철도노조는 9호 태풍 '곤파스'로 인해 수도권의 열차가 운행이 중단됐으나 복구가 늦어진 것도 '인력감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세준(33) 철도노조 영등포전기지부장은 "전기사업소의 통폐합과 인력 축소 때문에 비상시에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열차 정비 7년차인 하연아(38)씨는 "신규 사업도 생기고 역과 노선은 늘어나는데 오히려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며 "주·야간 10벌(열차가 차고에 도착해서 출고까지 정비) 하던 일을 지금은 4~5벌씩만 하고 있다. 정비·점검 작업이 줄어들어 아무래도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지 않겠나"고 우려했다.

철도공사가 5115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정비･점검 작업을 이전보다 생략하고 있어 대형사고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