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입찰제로 인한 하청업체들의 폐업과 경영위기로 인해 해고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미 1천200여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진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문제는 하청도 예외가 아니”라며 본격 대응을 선포하고 나섰다. 특히 원청인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부산시당도 하청 노동자들과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문상원 한진하청 비정규대책위원장이 지난달 원청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구조조정 철회회'를 촉구하며 출근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진 하청 비정규대책위
“한진중공업 11개 이상 하청업체 폐업, 1200여명 정리해고”
5일 한진 하청 비정규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한진중공업에서는 11개 이상의 사내하청업체가 폐업하고, 1200여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실직하는 등 원청보다 앞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최저입찰제’ 시행의 영향 때문. 건설 부문 임원들이 조선부문으로 넘어오면서 조선업계 처음으로 시행된 ‘최저입찰제’는 ‘제 살 뜯기 식 경쟁’이 불가피해 하청업체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최저입찰제를 거치면서 하청업체의 계약 시 도급금액은 평균 5%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30%나 ‘다운계약’을 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같은 울며겨자먹기식 ‘다운계약’은 하청업체의 경영악화와 이로 말미암은 줄폐업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화∙삼화∙성일∙현대∙유승 등 사내하청업체가 폐업에 들어갔거나 사업을 포기했고, 유영산업∙동해공업∙대용환경 등에서 상당수의 하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승리개발 등 일부 하청업체들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11월 말 유영산업 등에서 해고된 하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청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한진하청 비정규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이후 대책위를 중심으로 하청 구조조정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55일째 영도조선소 앞 출근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체불 사태를 겪은 승리개발 등 일부 업체의 하청노동자들은 아예 원청의 책임을 물으며 영도조선소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더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비정규대책위는 이달 5일부터 영도지역 주민과 부산지역 전체로 한진 하청 상황을 알리고자 본격대응을 선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측과 ‘구조조정 투쟁’에 한창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원청 노조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이 이 같은 행보에 동참하기로 한 것.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민중의소리
한진중공업 하청 구조조정 관련, 공동선전전 이어 3자 대책회의 연다
한진하청 비정규대책위는 이날 미리 낸 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 하청 구조조정 사태가 하청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며 “앞으로 선전전과 대책회의 등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5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영도구 일대에 ‘하청 실태’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는 활동에 들어가기로 한데 이어, 다음 주부터는 홍보전단을 만들어 부산 전역에 배포하는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또한,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3자 공동회의도 열 계획이다.
문상원 한진하청 비정규대책위 위원장은 “영도와 다대포를 합쳐 1천200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됐다”라며 “임금도 200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된데다, 임금체불사태는 물론 일부 업체의 경우 원청에서 받은 돈만 들고 도주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한진 자본에 의한 대량해고 사태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수천 명의 노동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부산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우영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사무장도 “포스터와 선전물 등이 원청지회와 민주노동당, 비정규대책위 공동명의로 제작된다”며 “사측의 정리해고 신고서 제출로 한진 사태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한진하청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성일: 201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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