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철도노조는 “단체협약 해지는 철도 64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총파업에 나섰고 공사 측은 “쟁의 중단 없이는 대화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더욱이 철도 노조의 조건없는 대화와 교섭 요구에도 공사 측은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 180여 명의 조합원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30일에는 광주역 광장에서 파업 중인 광주·전남·북지역 철도노조원 등 2000여 명이 모여 ‘호남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반인권적인 부당 노동행위을 멈출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4일 사측의 ‘단체협약(단협) 해지 통보’가 ‘표면상 이유’다. 임단협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달 24일 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면서부터다. 64년 철도노조 역사상 첫 단협 해지였다. 노조는 “20일부터 진행된 집중교섭이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공사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철도공사가 노동조합의 파업을 유도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급기야 지난달 26일부터는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렇다면 공사 측은 왜 ‘단협해지 통보’라는 초강수를 뒀고,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을까.

　공사 측은 “170여개 단체협약 조항 중 120개가 불리한 조항인데 노조가 입장을 바꾸지 않은데다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닌 해고자 복직까지 요구해 단협 해지가 불가피했다”는 태도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공사 측의 과도한 개악 요구가 근본 원인”이라고 맞섰다. 철도공사가 임금 삭감과 성과성 연봉제 및 정년 없는 임금피크제 등 8개에 달하는 임금개악안과 비연고지 전출허용, 정원유지를 위한 협의권 삭제, 1인 근무를 허용하는 근무체계 변경 등 120여 개의 단협 개악을 요구했다는 것. 더욱이 공사가 5115명을 감축하면서 공언한 신규사업에 필요한 정원증원과 충원약속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단협해지는 악덕기업주가 노동조합을 말살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진 공사의 단협해지는 철도파업을 유도한 것으로 사회적 비판을 피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장을 지냈던 현 허준영 사장이 보인 태도도 파업의 간접적 이유다. 철도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허준영 사장이 취임한 이래 지금껏 해고와 징계, 고소고발 등과 관련된 조합원은 512명이다. 특히 2년 전 노조활동을 했던 12명의 조합원이 징계들 당하기도 했다. 또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보조치를 당했고, 관리분야 조합원의 철도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대화와 소통보다는 징계와 고소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철도공사의 강경한 태도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철도공사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에도 파업 첫날부터 5400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또 파업에 참여한 800여 명에 달하는 노조원을 직위 해제하고, 일부 조합원을 고소했다. 허준영 사장은 지난달 28일 `공사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쟁의중단 없이 대화도 없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에 노동계는 “철도공사의 단협해지와 노동조합 말살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구조조정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며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철도노조 김정한 수석부위원장은 “자본과 권력만을 위한 정부 때문에 서민과 노동자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철도노동자의 합법적인 투쟁에 대해 헌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불법운운하는 것은 철도노동자을 하수인 혹은 노리갯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노조의 파업에 따라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운행을 대폭 줄이고 KTX 운행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에서는 매일 오전 6시55분에 운행했던 광주발 목포행 정기 통근열차가 운행을 멈쳐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화물열차 역시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평소 16개의 화물열차가 운행하던 광주의 경우 현재 4개, 전남은 45개에서 14개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