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소용역노동자 같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앞다퉈 직접고용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처럼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에 주력할 방침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각급 기관이 직접고용하도록 적극 지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11만여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어디까지?=고용노동부는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공공기관 직접고용 비정규직 24만9천614명 가운데 2만2천69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8일 밝혔다. 정부가 2011년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과 추진지침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전 부처 산하기관 799곳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취합한 뒤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노동부차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 TF’가 상시·지속적 업무의 기준을 판단해 무기계약직 전환규모를 정한다. 과거 2년 이상 지속돼 왔고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 종사자들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다. 당초 정부가 올해 무기계약직 전환 목표로 세웠던 4만1천명보다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 밖에 상시·지속적 업무인데도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정부출연기관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관건은 정규직(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노동조건의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기관별로 업무의 성격 등 차이가 커서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격차가 얼마나 되는지 따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놓고 혼선이 예상된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의 월평균 임금은 396만원, 무기계약직은 198만원, 기간제는 116만원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교하면 무기계약직 임금은 50%, 기간제 임금은 29.5%에 불과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무기계약은 고용보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노동조건에서 큰 변화가 없어 ‘중규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빛 좋은 개살구' 간접고용 대책=정부는 지난해 기준 11만641명으로 집계된 공공기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이 인원감축과 예산절감을 위해 전체 인건비의 상한선을 정한 뒤 이를 초과하면 페널티를 부여했던 총액인건비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총액인건비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페널티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한 공공기관이 기관평가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은 지난해 1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관이 총액인건비 범위를 넘겨 가며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는지 정부 차원에서 모니터링이 되지 않고 있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 식 정책인 셈이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각급 기관장에게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라고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이전 정부 정책의 재탕이거나, 지자체 수준도 못 쫓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달 1일 인천시 산하 인천교통공사가 청소·시설관리 간접고용 노동자 268명을 직접고용하고, 서울시가 본청과 사업소·투자출연기관에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6천231명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박근혜 정부가 차별성을 보여 주려면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인천공항의 경우 간접고용의 비율이 87%에 달하는데, 예산 투입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다”며 “정부는 말로만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외칠 게 아니라 예산집행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를 개선할 생각이 있었다면 추경예산 논의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내용을 반영했어야 했다”며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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