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노동계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다양한 방식의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정문 앞에는 부산지역의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이 설치한 천막이 십여 동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곳 천막촌에는 어김없이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12시가 되면 천막식당 문이 열리고 한진중공업 정문을 지키던 노동자들은 차례대로 식사를 한다. 천막에는 ‘밥심 연대 식당’이라고 쓰여져 있다.
한진중공업 정문 앞, 왠 천막식당?
한진중공업 구내식당은 폐쇄된 지 한 달이 다 됐다. 회사측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며 식당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비정규 하청노동자들까지 차가워진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고, 파업 중인 노조원들은 직접 장을 봐서 밥을 지어 먹었다.
월급을 받지 못한 지 이미 수개월이 지나 생활비마저 떨어진 파업 노동자들은 자주 라면에 밥을 말아먹었고, 정문에는 쌀과 부식을 든 가족들이 나타나곤 했다.
특히 공권력이나 회사 측의 용역이 혹시 정문을 장악할지 몰라 노동자들은 번갈아가며 '경계근무'를 섰다. 정문을 잃으면 외부와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 정문 경계근무조 노동자들은 끼니를 제 때 못 챙기기 일쑤였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면서도 지치지 않고 투쟁을 지속하자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밥심 연대’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3일부터 돌아가며 ‘식사 당번’을 자청하고 나섰다.
‘밥심 연대 식당'에는 부산청년회, 통일여성회, 부산여성회, 부산지역 대학생, 민주노동당 등이 돌아가며 조리와 배식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참여당이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밥심 연대’에 함께하는 단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점심마다 100여 명 분의 밥을 지어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밥심 연대’의 소문이 퍼지면서 후원 계좌에도 일반 시민들의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에 은혜 갚은 철도노조
한진중공업 '밥심 연대' 식당에서 김재하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배식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4일에는 김재하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밥심 연대' 식당을 찾았다. 김 본부장은 “한진중공업 노조에 큰 신세를 진 적이 있다”며 사연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2년 철도노조가 처음으로 총파업을 할 때 한진중공업 노조가 동맹파업도 하고 부산역에서 공동 집회도 열어 큰 힘이 됐습니다. 은혜를 갚을 기회가 생겨 참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본부장은 노조 간부들과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준비를 했다. 배식이 시작되자 밥을 퍼주는 노동자와 밥을 받는 노동자들은 서로 웃으며 자연스레 격려의 말을 전했다.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꼭 이기겠습니다.”
배식에 참여한 노조 간부들은 입을 모아 밥줄까지 틀어막은 한진중공업 사측을 비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이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파업 때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밥까지 굶진 않았습니다. 한진 경영진들 참 너무합니다. 어제까지는 한 가족 운운하더니 오늘에 와서는 밥도 안주고 나가라고 하다니...”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MB와 고려대 경영학과 동창이라 그 ‘빽’ 믿고 막 나간다는 소문이 부산에 파다합니다. 그러나 시민들 대부분은 한진 욕하며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가 부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철도노조는 이미 민주노총을 통해 투쟁기금을 모아 전달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지역 노조와 시민단체가 열성적으로 지지해줘서 농성 중인 한진 노조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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