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교민들도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브라질에서는 6일(현지시간) 현지교민 30여명이 상파울루 시내 봉헤치로 거리에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국 내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교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문화제를 준비했으며 거리를 지나는 교민들은 물론 브라질 현지인들에게도 양초를 나눠주며 집회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교민들은 '한국의 촛불 여러분 힘내세요. 브라질에서도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멀리서나마 한국의 시민들을 격려했고, 문화제에 참가한 교민 임모(45)씨는 "촛불문화제에 많은 교민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뜻을 조국에 전달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7일(현지시간)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촛불이 타올랐다.

영국 런던 시내 총리관저 맞은편 리치먼드 테라스에 모인 한국 유학생과 교민 200여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한국의 촛불시위를 지지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촛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영국 경찰의 방침에 따라 양초대신 종이 위에 촛불을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미친 소 너나 먹어' 등 한국의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신모씨는 "작은 목소리라도 한국에 들릴 수 있도록 이 자리에 나왔다"며 "잘못된 협상을 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학생과 교민 50여명이 에펠탑 인근 '평화의 벽'에 모여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유학생 이기라(34.파리 4대학)씨는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유학생들이 다시 모였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7일(현지시간) 교민들이 모여 한국의 촛불문화제를 지지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혔다.

인터넷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남부 캘리포니아 거주 한인 40여명은 로스앤젤리스 총영사관앞에 모여 "한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 추진했다"고 비난하면서 "재협상 촉구"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이라는 대형 현수막 아래 인터넷에서 입수한 경찰의 진압 장면과 피해자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한국에서 밤을 새워 시위하는 국민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제에 참가한 박용성씨는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해외에 있는 한인들이 멀리서나마 이런 모임을 갖게 된다면 한국민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LA 교민들은 서울에서 열릴 '6.10 집회'에 시차를 맞춰 9일 또 한 번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250여명의 뉴욕 교민들은 한인타운 입구에서 미친소를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어 뉴욕커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뉴욕의 촛불문화제는 '헤이코리안' 등 미주한인 웹사이트의 일부 네티즌들이 자발적인 제안해 마련됐다.

‘대한민국 촛불시위를 지지하는 뉴욕뉴저지 한인모임’은 이날 평화시위보장촉구와 한국정부의 인권유린비판, 한국촛불시위 지지 동참 등 3개항을 선언하고, '광우병 쇠고기 반대'는 물론 '한미FTA 반대'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등의 다양한 피켓들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알렉스 뉴먼(32 컴퓨터 프로그래머)씨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된 소를 수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선 부시는 물론, 미 의회도 책임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민온지 20년이 됐다는 이현경씨는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FTA를 반대하는 미국사람들이 아주 많다. FTA로 직장을 잃는 미국인들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한미 FTA의 후유증과 화살을 우리 한인사회가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앞서 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듀크대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들이 학내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듀크대 교회 앞 광장에 모인 한인 학생과 연구원 및 가족 등 30여명은 '국민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대운하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1시간가량 시위를 벌였다.

듀크의대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안승걸(41)씨는 "이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미국과 재협상은 없다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함께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에 촛불을 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0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