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시간이다.

조계사 농성단이 1080배를 마친 것은 4일 밤 10시 경.

저녁 7시에 첫 배를 올린 후 무려 3시간 만에, 농성단은 부시 방한 반대 1080배를 끝마쳤다.

고된 수행을 마쳤다는 감탄사도, 주변의 환호성도 없이 마지막 천여든 번째 절은 처음의 것처럼 조용하게 일어섰다.

조계사 농성단은 후들거리는 아랫도리로 간신히 땀에 젖은 윗도리를 떠받치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부처님, 자비를..."이라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고 한다.

"광우병 문제, 부시 방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서 이 고행이 끝나길 바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동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은 "1080배를 올리는 내내 불교에서 말하는 발심, 하심 그리고 마침내 승리라는 세 가지를 떠 올렸다"며 "촛불의 행진도 1080배처럼 힘든 고비마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는 "허리를 펴서 대웅전의 부처님을 볼 때는 이런 현실을 안겨주신 신을 원망했고, 허리를 숙이면서는 이 모든 것을 바로잡아 달라고 신에게 기원하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농성단 중 최연장자인 백대표는 젊은 도반들이 먼저 1080배를 마친 후에도 자신의 몫을 마저 채웠다.

김광일 광우병대책회의 행진팀장은 "내가 지른(제안 한) 것이지만 참 힘들더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첫 번째 휴식 후 109번째 절을 할 때가 가장힘들었다"며 "이 모든 사태의 수장인 부시가 오기 전 마음을 다잡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80배 내내 자신이 2003년에 번역한 시에 나오는 이라크 아이들의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박원석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오는 내일의 촛불집회가 잘 되길 빌었다"고 말했다.

"1080배 완성 후 3000배도 마음속에 두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 해 봐야다"며 웃었다.

한용진 상황실장은 '무아'의 경지에 오른 것인지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며 더는 말이 없었다.

한 밤으로 옮겨 가는 시각. 조계사는 일주문 밖의 세상과는 달리 고요한 가운데 다시 독경 소리만 낭낭하다.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