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쌀 홀대하는 인간들은 각성하라.”

“씨나락(벼의 종자) 적체 문제 즉각 해결하라.”

씨나락들이 집단 파업을 선언한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

수입 농산물은 물밀듯 들어 오고, 농업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땅, 우리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알리는 창작마당극이 무대에 오른다.

놀이패 `신명’의 창작마당극 `밥이 지일이여’다.

25·26일 오후 8시, 5·18기념공원 대동광장이 무대다.

최근 담양 예술인창작마을의 신명 연습장을 찾았다.

마당극은 씨나락들이 집단파업을 선언하는 것으로 문을 열어 씨나락과 허수아비가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각설이, 북한의 통일쌀 현장, 농촌 등 현장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쌀 문제를 넘어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지를 뻗는다.

“나는 썩고 싶어! 아~ 가려워!”(아토피)

“나의 세포들아 제발 원래대로 돌아와줘.”(유전자)

“(계속 먹으면서) 이 많은 걸 도대체 언제 다 먹으라는 거야.”(다 버려)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어 죽어서도 방부제 등으로 몸이 썩지 않는 `아토피’, 슈퍼콩· 슈퍼옥수수 등 유전자 변형된 수입식품을 먹은 `유전자’, 음식 아까운 줄 모르고 음식점 하면서 남는 음식은 모조리 버려댄 `다 버려’, 수입쌀 대충 우리 쌀로 속여 팔고 생선에 물감 발라 둔갑시키는, 음식에 장난질하는 중독자의 이야기까지.

먹을거리를 둘러싼 인간세상의 세태가 풍자된다.

또 당국의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농지를 골프장으로, 다른 용도로 아주 쉽게 바꿔버리는 것을 지적하는 장면도 있다.

연습현장은 화기애애하다. 배우들이 몸놀림을 장난스럽게 하거나 그 때 그 때 애드리브를 다르게 할 때,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극을 보고 있으면 풍자된 내용때문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내용들이 정곡을 찌르고 있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상황극을 전개해 보면서 대본을 만들고 여러 상황들을 이어 극을 완성했다.

이런 창작극이 나오게 된 배경은 한 농민의 제안에서였다.

박강의 대표는 “한 농민이 마을 축제를 하는데 우리 농촌 얘기를 담은 극을 올려 달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한미 FTA 반대 선전물은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것을 좀 더 구체화한 작업이다”며 “농민들에게는 농사의 자부심을, 도시민들에게는 패스트푸드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쉽게 재미있게 얘기하는 마당극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나주에서 초연을 했다.

극은 탄탄한 내용 못지 않게 오방신장무, 모듬북춤, 각설이 타령, 농요 등이 어우러져 신명을 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농민들이 밭 갈고, 씨 뿌리고, 호미질하고, 벼 베고, 밥을 해 이웃과 든든하게 먹는 모습은 농요와 춤으로 구성됐는데 우리 쌀·먹을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

씨나락 연기를 하는 김현경 씨는 “씨나락이 만나는 현장들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연습하며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다. 씨나락 외에 다른 역할들도 맡다 보니 순발력 있게 움직이고 상황상황마다 감정 잡는 게 다소 어렵지만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나락 하나가 수백배의 나락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자연과 농민들의 애씀이 있다.

정부가 수입쇠고기를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 먹을거리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마당극이 펼쳐진다.        공연은 무료.

                   -  광주 드림  -


작성일: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