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를 나눠줄 필요도 없었다. 21일 오후 4096명을 모아야 하는 ‘무한도전×2’ 마지막날, 미션이 시작되자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큰 길을 메운 사람들은 순식간에 나눠지는 고양이 가면을 머리에 썼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산타복장을 한 시민들은 손펼침막을 들고 “MB 정부의 악법을 규탄”했고 ‘반쥐원정대’는 “강달프를 사수하자”고 외쳤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백명의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구호를 외치고 멜로디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일찍부터 ‘무한도전×2’에 함께했 다.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진을 같이 찍는 두 의원 주위로 갈수록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명동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에서 강기갑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강 대표는 “세상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모습을)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여기(‘무한도전×2’) 나왔다”며 “(정부가)불도저 몰고 서민들이 죽든, 노동자들이 눈물 흘리든 눈 감고 질주하는 것을 막아서야 하지 않겠냐. 올 한해가 다 가기 전에 힘을 한 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이날 ‘무한도전×2’가 미신고 불법집회가 된 경위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정부가)서울 시내 400군데에 관제 데모 집회 신고를 해서 한 군데도 집회를 못하게 했다. 이는 5, 6공 군사독재시절보다 더하다”며 “아무리 고양이가 무섭대도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잘못한 정치에 대해)호통치려고 하는데 집회를 막냐. 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냐”고 규탄했다.

이정희 의원은 “마스크 쓴 사람 다 잡아가겠다는 집시법 개정안이나, 대통령이 나쁘다고 글 한 줄 쓰면 IP 추적해서 잡아가겠다는 사이버 모욕죄같은 MB악법을 올해 안에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진보정치의 희망이자 노동자.농민의 희망인 강기갑 대표를 이방호를 비롯한 한나라당이 끌어내리려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강달프’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유발언과 퍼포먼스가 계속됐다.

(짝짝짝) 경제파탄 (짝짝짝) 민주파괴 (짝짝짝) 명박이는 (짝짝짝) 아웃!
될 때까지 모여라 사랑하는 촛불아/우리들의 힘으로 이MB를 심판해
될 때까지 모여라 사랑하는 촛불아/우리들의 힘으로 민주주의 지켜내
될 때까지 모여라 사랑하는 촛불아/우리들의 힘으로 미친교육 중단해
될 때까지 모여라 사랑하는 촛불아/우리들의 힘으로 대운하를 중단해

‘고양이구호’와 ‘될 때까지 모여라’는 이날 ‘무한도전×2’의 핵심이었다. 누군가가 노래를 시작하면 옆에서 받아서 따라 부르고, 뒤로 전달해 모두 같이 노래를 불렀다.

삼순이의 아빠로 유명한 탤런트 맹봉학 씨도 그 속에 함께 했다.

맹씨는 얼마 전 촛불 관련 경찰 조사를 의식한듯 “둘 이상 같이 나오면 집시법 위반으로 걸리니까 항상 혼자 나온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번 경찰 조사는 잘 받았고 오늘은 ‘무한도전×2’ 마지막 날이라 기념식 겸 나왔다”며 ‘반쥐원정대’가 선물한 옥색 도포를 걸치고 사람들 틈에 섞였다.

‘무한도전×2’에 함께한 시민들도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평택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37, 남)씨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하는 짓을 보다 못해 오늘 명동에서 무한도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게 됐다”며 “오늘 흥겨운 춤과 노래를 보니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균씨(숭실대 2년)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3번의 휴학 기회 중 2번을 이미 써버렸다”며 “정부와 대학당국은 등록금 동결이 아니라 최소한 30%정도의 인하를 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충남 부여에서 온 농민 이건용(50, 남)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쌀 한공기 값이 자판기 커피 값도 안돼는 현실에서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외면하고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며 “아무런 대책없이 농민들을 죽이는 정부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무한도전×2’가 시작된지 두 시간여가 지나자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오늘 ‘무한도전’은 성공”이라고 소리 높였다.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인증 번호표’는 필요없었다. 이들은 “완전한 성공”을 선언하며 기차놀이로 ‘무한도전×2’ 임무완수를 자축했다.
무한도전×2’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명함 크기의 선전물이 흩날렸다. ‘MB독재, 조폭의회 심판 무한도전은 계속된다’는 제목의 선전물에는 ‘MB악법 저지’를 위한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23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 ‘한미FTA/MB악법 저지 결의대회’ △29일 오전 11시부터 30일까지 여의도 국민은행 앞 ‘본회의 강행처리반대 1박2일 비상행동’ △31일 오후 7시 보신각 재야의 행사에 모여 ‘아듀 MB 송년무한도전’을 진행한다는 선전물을 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무한도전은 계속된다”고 소리쳤다.

한편 무한도전을 마친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 경찰이 우리은행 맞은 편 삼우빌딩 옥상에서 선전물을 뿌린 시민 두 명을 연행하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 백여 명이 빌딩으로 올라가 시민 둘을 억류하고 있던 20여명의 사복경찰과 맞섰다. 시민들은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사람은 잡아가지 않으면서 왜 이 사람들(선전물을 뿌린 사람들)만 잡아가려 하냐”며 항의하며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들은 억류된 2명 중 여자 시민을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 보내고 곧 남자 시민도 경찰로부터 구해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시민들의 강경한 반응에 사복 경찰은 스크럼을 짜고 건물 아래로 내려와 명동입구 방향으로 돌아나갔다.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