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구조조정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내수와 수출 동시 부진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줄을 서 있다. 건설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고, 금융계도 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연말께는 각 분야에서 실직·해고·감원의 칼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자산디플레이션(주가·아파트값 하락)과 대출이자 상승 등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직’이라는 직격탄은 중산층과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될 것이다.

현재 구조조정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건설업계다. 주택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이미 소규모 전문 건설업체들 중에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임금을 20% 이상 깎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분당에서 토목전문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오아무개(53)씨는 최근 36명이던 직원을 20명으로 줄였다. 오씨는 “일감이 늘면 다시 데려오겠다고 말하고 내보냈지만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건설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큰 건설사 임원들은 벌써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본격적 구조조정은 다음달부터다. 지난 21일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시공순위 100대 건설사에서 27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드러난다. 이들 업체가 워크아웃, 인수합병 등에 들어가면 이들 건설사의 수많은 협력업체들에도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해 동안 호시절을 누렸던 금융업계도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몸집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지방에서 증권사 지점장을 하는 최아무개(45)씨는 “요즘 금융권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이(Jobless·실직)의 공포’라는 말이 쫙 퍼져 있다”며 “다른 지점장들과 만나도 ‘잘리면 어떡하나’ 하는 이야기만 나눈다”고 말했다. 공기업인 증권예탁결제원은 연말까지 20명을 감축한다고 29일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도 임원 연봉 20% 삭감, 간부 연봉 10% 삭감의 긴축경영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계도 흉흉하다. 올해 이익 급감이 뻔한데다 내년에는 수지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지난 몇년 은행들 실적이 좋아 임원들이 대부분 유임됐다”며 “하지만 올해 연말 재계약 시즌에 많이 잘릴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이번달 초 본점 직원 140명을 영업점에 배치하고, 170여명 규모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 쪽은 ‘일상적인 영업력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 쪽은 구조조정 신호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조 대기업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자동차·전자·철강 등 전업종에서 감산이 본격화되고 있고, 이는 감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이미 쌍용차가 비정규직 350명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한 석유화학제품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미어터지고 있다”며 “석유화학 쪽은 대기업에서도 감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변동에 가장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 쪽은 이미 빈사상태다. 자산 디플레에 따른 극심한 소비 위축, 환율 급등, 수출 수요 감소, 키코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폐업과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가계 부채가 62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자산디플레이션에 이어 대량 실직까지 현실화될 경우 가계소득 감소→대출 연체율 증가→은행 부실→경제 위기라는 악순환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동반침체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실업률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경기 진작책과 취약 부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



작성일: 2008-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