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10시. 검찰 체포 48시간 만에 석방된 이춘근 전 PD수첩 PD(현 W PD)는 MBC 본사로 직행해 그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던 노조원들을 만났다.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경고하는 프로그램 제작이후 한시도 잠잠하지 않았을 싸움동안 잠시도 쉬지 못했을테지만 일요일인 29일에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언론·보건·교수 단체의 ‘PD수첩 지키기’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이춘근 PD는 생각보다 말끔하고,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다.

“어쨌든 칼자루는 검찰이 쥐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이춘근 PD. 그는 “검찰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고, 그래서 사실 구속될 줄 알았다”면서도 담담히 웃고 있었다.

“(검찰 체포의)명분상으로는 명예훼손인데..프로그램을 다시 보시면 알겠지만 1시간 방송 내내 정운천 전 장관이나 민동석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어요.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의해서 체포했다고 하지만 말이 안되는거죠. 웃기지 않아요?”

이 PD는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협상을 잘못했는데 ‘잘못했다’는 말도 못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PD수첩 사태가 선례가 된다면 정부의 잘못에 대해 비판할 때마다 언론인들이 조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춘근 PD는 지난해 제작된 PD수첩 광우병 편은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나마 방송 이후 재협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아져서 추가협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 나쁜 것을 얻은 것 아니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또한 재협상과 관련된 정부 관계자들의 당시 대응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재협상 요구가 강해졌을 때 김종훈 교섭본부장은 ‘일본, 대만도 우리와 비슷한 조건으로 할 것’이라며 ‘대만이 마잉주 집권 초기라서 눈치를 보고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비해 유리한 협상을 체결한)일본과 대만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김종훈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민동석 차관보는 할 말이 없으니까 ‘(쇠고기 협상을 하는 댓가로)삼계탕 수출을 받아냈다’고 했는데 저는 아직까지 삼계탕 수출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 관료들이 국민에게 또 한 번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춘근 PD는 이번 PD수첩에 대한 조사와 체포는 “미운놈 손 봐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정부가 언론에 대한 날세우기 대신)어떻게 하면 더 유리한 협상을 통해 건강한 나라를 만들까를 고민해야 할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지만,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이춘근 PD의 얼굴에 그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PD의 모습 그대로였다.

“제가 그래도 나름 1년에 세금을 꽤 많이내는 성실납세잔데 유치장에서는 반찬으로 김치, 단무지밖에 안 주더라고요. 적어도 1식 3찬은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나중에 PD수첩 돌아가면 꼭 취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하.”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0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