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마비증상 때문에 이른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렇게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비닐막을 걷어내고 잠시나마 일어서 있는 것이다.”

“몸에 마비가 온다. 책을 읽으면서 통증을 잊으려 애쓴다. 몸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불안감이다. 하루 하루 불안한 마음에 차라리 밑의 소식을 듣지 않으려 한다.”

30m 높이 0.5평에서의 고공농성 14일째.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 문제가 시간이 흘러갈수록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제휘·김주석 씨의 상태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일교차가 큰 날씨가 계속되고, 황사와 꽃샘추위까지 또 다시 예보되고 있는 상황도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씻지도, 먹지도, 잘 자지도, 몸을 펴지도 못한 상태가 24일로 14일째다.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 하루 지내면 두려움과 불안감도 커진다.

밑에서 천막을 지키는 동료들은 고공농성자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해결 기미 없이 농성 일수가 하루 하루 늘어날 때마다 속이 탄다.

“농성자들이 마비 때문에 힘들어 해서 당장은 파스 같은 것을 올려주고 있는 형편이에요. 며칠 전에는 동료들이 모두 편지를 써서 올려보냈습니다. 현재는 서로 힘을 잃지 말자며 격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농성자들이 ‘해결되기 전에는 절대로 안 내려온다’는 각오로 올라갔으니 밑에서 힘이 되어주는 수 밖에요.”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해고자 오미령 씨가 전하는 말이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농성자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현재로선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다.

노동보건연대 송한수 씨는 “농성이 장기화 할 경우 근육위축이 올 수도 있고, 비바람에 노출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고립감이나 불안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는 지역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시민사회단체들이 간담회를 갖고 로케트 해고자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측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지 해고자들의 기대가 크다.

                      -  광주 드림  -


작성일: 200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