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파고가 높아지면서, 경기변동에 가장 취약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밑바닥 경제’에서부터 찬바람이 일고 있다. 문 닫는 식당이 늘고, 자영업자의 매출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업종에 따라 이미 부도와 무급휴가 등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때의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이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역 주변 건물들을 둘러본 결과, 빈 곳이 수두룩했다. 한 건물의 2층에는 이전에 식당 4군데와 피시방 1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1곳만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ㄱ식당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 모두 문을 닫았다”며 “한 식당은 1년째 비어 있는 상태이며, 나머지는 지난 6월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마다 주방 2명, 홀 3명 등 5명 정도를 고용했는데 모두 직장을 잃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분당 한 백화점의 ㄴ식당 윤아무개 사장도 “백화점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매출도 최근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상반기까지 영업이 괜찮아 2명을 추가로 채용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음식업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요식업계의 폐업 건수가 4만3천건으로 지난해보다 3천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소매 자영업인 슈퍼마켓도 상반기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액이 크게 줄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매출이 40~50% 줄어 폐업하는 곳이 월 400~500개에 이르지만 창업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에도 이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모는 악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물론이고, 매출 부진에 따른 부도나 감원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키코는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태산엘시디, 아이디에이치(IDH) 등이 최근 흑자도산을 한 상태이며, 나머지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부도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키코 피해 기업의 부도가 곧바로 하청업체의 위험으로 연결돼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키코 피해 기업 가운데 102개사를 조사한 결과, 하청업체가 총 8968곳(피해 기업 한곳당 평균 88곳)이라고 최근 밝혔다.

내수 시장에 기반을 둔 업종에선 지난달 초부터 부도업체가 나오기 시작하고 감원설도 돌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고, 이는 업체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선 지난달 6일 패션네트가 부도를 맞은 데 이어 사흘 뒤인 9일에는 남성신사복 브랜드인 트래드클럽이 무너졌다. 유아·출산 브랜드인 베이비헤로스도 지난달 30일 역시 사업 부진으로 부도 처리됐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두달 사이에 감원설이 도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의 ㄷ제조업체 사장 윤아무개씨는 “원자재값 상승에다 매출 부진까지 겹쳐 직원들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직원 70명 중 20명을 감원하고 대신 용역업체에서 필요한 인원을 불러 단순작업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에서는 무급휴가, 감원 등이 잇따르고 있다.

수출 중소업체는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납품 물량이 줄어 긴장을 하고 있고, 수입업체는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는 최근 수출 물량이 40% 가량이나 줄자 잔업과 일요근무를 없앴다. 삼보철강·삼정제강 등 중소 철강제품 수입유통 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자 환차손이 불어나고, 아울러 건설사 수요까지 급감하면서 무너졌다.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한파가 덮치고 있다.

                     -  한겨레  -



작성일: 2008-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