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14살, 나고야로 끌려간 소녀들’로 2008 광주인권영상공모전 인권상을 수상한 정우영(38)씨는 “근로정신대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싶었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무차별적인 인력수탈은 급기야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어린 소녀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13살, 14살 어린나이에 “실컷 공부하게 해주겠다”는 일본 담임선생님 말에 속아 일본행 길에 오른 이들은 일본 군수물자를 만드는 공장에 강제동원 돼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하루 10시간이 넘는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정 씨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분들이 유독 광주·전남 지역에 많기도 하지만 6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80살이 넘은 노모가 되서도 힘겨운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귀 기울이게 됐다”며 “무엇보다 우리 지역에서 조차 피해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지원, 교류 단체가 전무한 실정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분들의 아픔과 현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씨가 근로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광주시민센터(광산구 신가동 소재)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아온 이국언 전 <시민의소리> 기자를 통해서였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는 원혼’의 저자이기도 한 이국언씨는 다큐멘터리의 총괄적인 구성을 맡기도 했다.
  
정 씨는 “정부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고작 1년에 80만원으로 한 달에 6만 6천원이 전부다”며 “제 몸조차 겨누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약값은커녕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정 씨는 20년째 ‘나고야 미즈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를 꾸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는 지원단을 취재 차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근로정신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금요시위를 시작한 지 지난 7월 18일로 1주년이 됐다. 취재 차 일본을 방문한 정우영씨와 동행한 이금주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 회장은 금요시위에 참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정우영씨

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조차 무관심한데 이들 지원단은 근로정신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재판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두 시간 거리의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매주 금요일 원정시위를 펼치고 있다”며 “때마침 지난 7월이 금요시위 1주년이었던 터라 사건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자 일본에 다녀왔다”고 취재 뒷이야기를 전했다.
  
문화예술공동체 터 사무국장이기도 한 그는 “학교 다닐 때 영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상을 접한 후 틈틈히 영상촬영을 해오곤 있지만 1시간짜리 다큐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혼자서 1인 다역을 소화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애초 다큐를 제작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시민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배급문제가 원활히 해결돼 방영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며 “현재 근로정신대문제는 최고 재판만을 남겨둔 상태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이제라도 우리가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인권영상공모전은 총 39편이 접수됐으며 인권상 1편을 비롯 총 20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 및 상영회는 내달 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다.

                 -  시민의  소리  -


작성일: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