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일제에 강제병합된 지 100년이다. 늦었다면 늦은 출발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의와 양심의 뒤편에 몸을 숨기는 일이다’는 생각에 모였다. 오는 12일 오후 7시 전남대 사범대 시청각실에서 결성식을 하고 힘찬 출발을 할 예정인`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기는 광주가 처음이다.

현재 6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우리부터 시작해 가자”며 뭉쳤다. 일제에 의해 미쯔비시 공장으로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함이 이들이 뭉친 이유다.

일본 정부와 미쯔비시를 상대로 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싸움은 실상 우리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7명은 광주·전남 출신이고, 고령의 나이에 지난 1999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현해탄을 넘나들며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재판이 있는지 조차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온 이들은 다름 아닌 일본 나고야의 양심적인 시민들이었다. 우리의 일인데도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해 왔던 것이다.

비록 법정 싸움에서는 졌다.

지난해 11월11일 도쿄 최고 재판소는 할머니들이 일본정부와 미쯔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 대해 최종 `기각’ 판결을 했다. 사법적 구제의 길은 종결된 셈이지만 할머니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간 할머니들의 투쟁에 함께해 온 `나고야 미쯔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 회원들은 지금도 도쿄 한복판에서, 미쯔비시 본사 앞에서 매주 금요일 `금요시위’를 벌이며 미쯔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금요시위’는 2007년 7월부터 시작해 벌써 1년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셈법’이 빠른 이들이라면 고개를 돌려도 몇 번을 돌렸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발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광주에서 시민모임을 결성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국언 시민모임 준비위 사무국장은 “명색이 인권평화의 도시라고 자부하고 있는 광주에서, 우리의 문제인데도 스스로 외면하거나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면서 “가해국의 양심적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진행해온 게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 아직 지역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만큼, 이를 이슈화하기 위한 강연회와 영상 상연 등 다양한 장을 마련해 나갈 생각이다”면서 “우선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업체 미쯔비시중공업 선정과 관련한 국민 감사 청구와 도쿄에서의 원정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나고야 미쯔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에 대해 `5·18 인권상’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12일 열릴 결성식에서는 `14살, 나고야로 끌려간 소녀들’이란 다큐멘터리 상영에 이어 다카하시 마코도 `나고야 미쯔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 회장과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 이금주 회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결성식을 할 예정이다.

                          -  광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