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마을 사람들

도쿄 도심의 히비야 공원은 소위 ‘파견 마을’이라고 불린다.

파견직, 기간공 등으로 일하다 해고되어 일자리도 살 곳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곳에 모인 것이다. 이곳이 마련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이곳에 같은 처지로 모인 사람만 500여 명.

‘파견마을실행위원회’는 정부에 파견 마을에 있는 노동자들의 ‘의식주 확보’, ‘상담창구 설치’, ‘파견직 또는 기간공 한정’을 인정하는 긴급 특별입법안 등의 6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12월 31일 생긴 ‘파견 마을’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주민’으로 등록했으며 실행위 측의 요청으로 공원 내 텐트의 수를 늘리고 정부가 근처 강당을 개방하는 등 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

실행위 측은 매일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행위에) 생활보호신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의 이스즈 자동차에서 파견직 노동자로 일했다는 한 남성(39세)은 “파견직으로 1년 동안 일했으나 파견직이라는 고용이 불안해 다음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 매일 사측 기숙사를 나와 일자리를 알아봤다”며 “그러나 찾을 방법이 없어 TV에서 본 파견 마을을 찾아오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견 마을은 올해 1월 9일 폐쇄됐다.

10일이라는 기한을 정해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견 마을이 없어진 이후에도 이곳을 문의하는 2, 30대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공산당 한 관계자는 “파견 마을의 위치를 묻는 전화가 사무실로 많이 걸려온다”며 한 사례로 27세 남성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 남성은 요코하마시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3년 전에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또는 일용직을 하며 월세를 내고 살아왔다. 그러나 월세가 점점 밀리고 또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1년 반 전에 노숙자 신세가 됐다. 그는 “천식이 있어 추운 겨울에는 밖에서 잘 수 없어 밤마다 돌아다니기 일쑤였다”면서 “일자리와 집을 빼앗긴 사람들의 생활을 상담해준다는 곳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젊다는 이유로 구청에서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다”면서 “참다못해 자민당에 찾아갔으나 모진 이야기만 듣고 쫓겨났다”고 했다.

실행위는 “지난번에 생긴 파견 마을에 찾아와 도움을 요구했던 500명은 3월까지 직장을 잃게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8만 5,000명 중 극히 소수일 뿐”이라며 “정부가 파견 마을을 기간을 두고 한정하며 ‘보여주기’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전국에 피난소나 종합 상담창구를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3월 말 비정규직 무더기 실직

일본 총무성이 1월 30일 발표한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2월의 실업률은 같은 해 11월부터 0.5% 높아진 4.4%에 달했다. 2006년 1월 이래 최고 수준인 셈이다.

총무성은 “지금까지 일례가 없는 급속한 악화”라고 규정, 현 경제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원 한정’이라는 방침 하에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생노동성도 같은 날 기업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 “파견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또는 고용 중지로 인해 올해 3월까지 12만 4,802명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12월 같은 조사에서 8만 5,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만 명이 증가한 셈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12만 708명이 9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역별로는 아이치현이 2만 113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나타냈다. 자동차산업과 전기산업 등 대기업에서 고용을 유지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3년 한정인 ‘비정규직 기한’에 맞춰 해고 통보를 하는 곳이 대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3만 645명 중 90%에 달하는 2만 7,250명이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결국 ‘1회용’으로 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 중에는 파견직 노동자가 8만 5,743명으로 대부분인데 이 중 중도 해고되는 경우가 절반인 4만 2,716명이었다.

한편 전국청년법무사협의회는 지난 2월 중순, 도쿄에서 ‘파견노동자를 위한 110번’이라는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2, 30대 비정규직을 ‘경험한’ 해고노동자들의 고용 해지에 따른 고용보험, 생활보호의 문제를 중심으로 약 80건의 상담 요청이 쇄도했다.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 1년 만에 해고된 효고현의 한 남성(38세)은 “파견직을 고용보험에 넣어주지 않고 실업 수당마저 받지 못하게 하는데 어떠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법무사들은 “사용자가 고용보험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원칙으로 따지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노동자 스스로 자기 권리 찾아 나서

지난 2월 1일 ‘청년의 힘으로 고용도, 임금도 쟁취하자’라는 구호 하에 ‘청년춘계투쟁연대’가 도쿄 시부야에서 발족됐다. 전국에서 약 70명이 참가한 이 발족식은 대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정밀 화학품 제조업체인 니치아 화학의 비정규직 한 노동자(22세)는 자사의 6명의 조합원이 정규직을 요구했다가 두 번이나 해직 통보라는 사실상의 보복을 당한 일이 있었던 점을 설명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맞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쓰히로 실링테크노에서 5년 반 동안 파견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발령 받은 한 남성(33세)도 ‘자사의 모든 비정규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자리를 함께 했다.

하청 업체 월드 인텍에서 소니 반도체 자회사인 규슈 나가사키 테크놀로지 센터에 파견되어 있던 노동자 10여 명이 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말, 나가사키현 일반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월드 인텍은 소니사가 일부 라인을 폐쇄한다는 방침을 내린 직후 곧바로 약 1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노조에 가입한 것은 2~30대 노동자들.

나가사키현 노동연맹과 일반노조는 월드 인텍에 조합가입을 통보하고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이번 월드 인텍의 해고 방침이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부당한 해고이기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한 29세의 한 남성은 “노조연맹에 가입하고 나서 해고가 위법인 줄 알았다”며 “아무런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고를 당해도 단념해버렸다”고 전했다.

                        -  월간 말  -


작성일: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