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빈활 다녀온 대학생들 “집 한칸 지키려 한게 테러냐” 분노

21일 저녁 7시부터 서면 주디스태화 앞 ‘용산철거민 참사 규탄 촛불문화제’에 모인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250여명의 부산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책임자 처벌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특별한 형식이 없이 용산참사와 관련한 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자유롭게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오늘까지 ‘대연-우암지역’에서 빈민현장활동을 진행하고 온 한 대학생은 “재개발 지역을 가보면 주민들이 정말 높은 고지에서 살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며 “이런 이들이 작은 보상금을 받아 다른 곳으로 가면 어디로 가서 살겠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뉴스를 보며 너무 화가 많이 났다”며 “가난하다는 이유로 농성하다 불에 타죽어도 되는 건가. 집 한칸 지키려고 한게 테러냐”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한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안혜영(30) 씨는 “경찰의 임무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기름이 있는 곳에 물을 뿌려대는 것은 어떠한 안전도 도모하지 않았다는 증거다”라며 말했다. 안씨는 “경찰특공대 투입을 승인한 경찰청장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운명을 달리한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매일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네티즌들도 촛불을 들고 나왔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산머슴아’는 “좀 전까지 국회방송을 보고 나왔는데 딴나라당의 말을 들었냐”며 “공권력을 동원해 사람을 죽여 놓고 철거민들을 테러범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부산머슴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뉴스를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나이 70이 넘는 어른도 있었는데 그 뜨거운 불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냐”고 비통해 했다. 그는 이날 촛불문화제에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학생들을 의식한 듯 “386과 학생들이 더 정신차려 이 정권을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이런 일이..지금이 중세시대냐”

각 발언이 끝나고 용산참사 현장의 영상이 상영되자 길가던 시민들까지 걸음을 멈춘 채 이를 지켜봤다. 일부 시민들은 함께 동행한 지인에서 용산상황을 설명해주거나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어 자신을 보수동에서 온 평범한 주부라고 밝힌 김윤아(34) 씨는 “특공대 투입은 은행강도 잡을 때나 하는 줄 알았다. 사람을 태워 죽이는 건 중세시대 일인 줄 알았다”며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눈물을 훔치며 “이번 참사는 막다른 곳에 몰려 망루까지 지어 올라간 철거민들을 아무 대책없이 태워죽인 잔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연신 흐르는 눈물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이 차가운 땅바닥에 있는 우린 편안한 자리”라며 “포기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한 대학생은 “21일자 조선일보 사설에도 대화와 협상보다 하루 만에 강제진압 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강경일변도 정책은 반드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아직도 불법시위를 운운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들을 죽여서는 안된다. 하물며 한겨울 철거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에 등장한 마분지와 매직펜..'직접 구호 적어 든 시민들'

이날 촛불에서는 마분지와 매직펜이 중요물품으로 등장했다. 다름 아닌 시민들이 직접 용산참사에 대한 생각이나 구호를 적어넣어 피켓처럼 들게 한 것. '살인경찰 OUT 살인정권 OUT', '국민 죽이는 살인총장 물러나라', '국민 때려잡는 김석기를 때려잡자'등의 격한 구호부터 '100만원 벌든 1억을 벌든 살권리는 있다', '그들은 살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감성적인 내용까지 다양했다.

직접 만든 피켓을 든 채 시민들이 발언을 하는 동안 촛불이 켜진 부산 서면 현장에 검은 복장을 한 경찰 체포전담조 까지 곳곳에 배치되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내일 다시 촛불을 들고 서면으로 모일 것을 다짐하며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촛불문화제를 준비한 한 관계자는 “내일을 비롯해 매일 7시 서면 주디스 태화백화점 앞에서 추모촛불을 켤 예정이다”라며 “지난 광우병 촛불 때처럼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아 촛불 대열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11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부산 비상대책위(가칭)’를 결성하기로 하고 매일 비대위 주도로 촛불문화제를 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각 대학과 단체, 노조 현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분위기를 높이고, 특히 설명절로 여론이 흩어지지 않도록 귀향선전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  민중의  소리  -


작성일: 200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