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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21 13:55
진도를 다녀와서 - 자귀화(짝꿍나무) 가로수 따라 진도 가는 길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926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는 내 사랑 하늘이 맑음에게

- 박연도 씀 -

                                        (진도 참가자 박연도님의 글)

 

개인적으로 나는 비오는 걸 무척 좋아한다. 빗줄기 땅에 떨어지는 순간 튕기면서 왕관을 수천, 수 만개씩 만들어내는 짝달비!

하지만 그날은 좀 심했다. 빗방울이 아니라 헝겊처럼 내려 쫙 펴지면서 꽂히는데 버스 유리창 깨지는 줄 알았다. 더군다나 보배로운 땅 진도 가는 길인데.

그래도 여행은 즐거운 것. 비가 온들 어떠리오. 눈이 온들 어떠리오.

저 멀리 산기슭에 원츄리 꽃 군데군데 끊어질 듯 피어있고 나뭇잎에 꽃이 핀 듯 톱니 같은 이파리에 분홍이랑 계란색이 솜털처럼 길쭉길쭉 붙어 초여름의 상징인양 드문드문 피어있는 저 부부금슬나무(짝꿍나무)가 우리를 반기는데.....


3寶(진돗개, 구기자, 돌미역),  3樂(홍주, 진도민요, 서화)의 진도, 45개의 유인 섬과 185개의 무인 섬이 우리를 기다리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쪽으로 눈을 돌려 볼까나?

물살의 변덕 때문에 기둥을 세울 수 없어 미국 금문교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진도대교! 그 밑을 흐르는 물살은 하루에 네 번이나 바뀐단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물이 빙빙 돌고 있었다. 소리까지 요란하여 사람이 소리 내어 우는 것 같다고 울돌목이라고. 이곳이 그 유명한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 지렸다!  필사 즉생 필생즉사(죽기로 싸우면 살고, 살기로 싸우면 죽는다)라는 명언을 남긴 곳.

여자들을 남장시켜 수많은 병사들로 착각하게 하여 수적 우세를 꾀했는가하면, 달밤에 여인들에게 흰옷을 입히고 강강술래로 빙글빙글 돌게 하여 성안 인구 많음을 짐작케 함은 이순신이 아니면 또 누구의 지략이겠는가.


몽고군과 고려정부가 굴욕적인 강화를 맺자 배중손 장군과 삼별초는 이곳 진도까지 후퇴하여 궁궐과 성곽을 쌓고, 끝까지 몽고군과 개경의 고려정부에 항거한다. 이때 쌓은 성이 용장산성이다. 지금도 용장사라는 절터와 임금이 머물렀다는 별궁 터가 남아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 소치(허련) 선생. 그는 스승 김정희가 죽자 이곳 진도로 내려와 말년을 보내면서 남종화를 집대성한다. 그분이 거처하던 곳이 운림산방. 전라남도 기념물 제 51호.

제철 맞은 연꽃은 은은히 연못에 떠있고, 단정한 초가집과 물에 비친 그림자 경치는 비록 화가가 아니고, 시인이 아니라도, 화가이고 시인이게 한다.


가장 기대하고 설레었던 것이 일몰 보는 것이었는데 오락가락하는 비와 산골짜기를 걸어 다니는 안개 때문에. 그 안개 가득하게 낀 바닷가에서 불도, 혈도, 주지도(손가락 섬), 양덕도(발가락 섬), 광대도(사자 섬), 차츰 안개 걷히자 지나가는 유람선까지만 볼 수 있는 세방리에 있는 낙조전망대. 맑은 날씨였다면 참 괜찮은 전경이었으리라.

돌아오는 길, 버스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그 옛날 고향집 함석 지붕위에 떨어지는 소리와 닮아 정겹고 등 뒤로는 진돌이의 짖는 소리 긴 여운으로 남는구나.

                                   

                                         -끝-


※좋은 글이 있어 한 대목 적어본다.

최명희씨가 쓴 ‘혼불’에 이런 글귀가 있더라.

“삼밭의 쑥” 이라고 옆구리로 기어 크는 구불구불한 쑥도  꽂꽂하게 위로 크는 삼밭에 들면 저절로 반듯하게 자라지만 거꾸로 쑥밭에 떨어진 삼씨는 제 본성도 잊어버린 채 쑥을 따라 구불구불 땅바닥으로 기어 큰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와 같은 맥락

사람이라고 무엇이 다를까.


작성일: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