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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21 13:47
끝내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린 종태형에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291  

종태형!

오늘 동문들이 모여서 형을 추모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형의 활동영상을 보면서 많이 울더군요. 어떠한 경우에도 조급해 하지 않았고, 늘 밝은 웃음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던 형이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형이 마지막으로 불렀다는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그저 ‘수천 수만의 꽃씨’ 중 하나로 살기를 바랐던 형의 마음과 꼭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이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불렀던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춤’이었던 것 같은데, 그 노래도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저 ‘천으로 만으로 터진 아우성 소리’ 중 하나로 충분히 형은 행복해했지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남긴 마지막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형답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형, 형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을 했을 마지막 순간에 굳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했을까를 며칠 째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열사’라고 부르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형의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형은 학생운동 7년을 하면서도 특별한 사람보다는 자기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묵묵한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형과의 큰 에피소드를 떠올리려고 애쓰지만 당장 그게 생각나지 않은 것도 그래서인가 봅니다. 하지만 형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힘든 기색 한번 볼 수 없었고, 늘 여유로운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사람.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 다 해놓고 힘들어 하는 동지들 일일이 다 챙겼던 사람.

오늘 추모행사에서 한 후배가 투쟁띠 머리에 묶고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집회 사회를 보는 형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태형, 형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형은 ‘지회장’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까? 못난 사람이 지회장 되어서 조합원들이 해고당하고, 탄압이 너무 거세져서 끝내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까? 형은 참 바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형수와 조카들, 또 형 옆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남겨두고 말입니다.

형이 지난날 뜨겁게 싸우며 가졌던 낙관은 어디로 갔습니까? 삼성에 맞서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들어가던 형의 그 다짐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한통운과 자본은 저렇게 뻔뻔히 얼굴을 들고 살아 있는데 지난날 동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형은 어디에 누워있습니까?

짓밟히면서도 다시 일어서 싸워야지요. 짓이겨져도 죽지 말고 싸워 이겨야 진짜 이기는거 아닙니까?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건 민들레처럼 끝까지 질기고도 질기게 싸우는 것 아닙니까?

압니다. 종태형... 제가 지금 너무 슬퍼서 형의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다는거.. 이렇게라도 형을 되살리고 싶은 심정때문이라는거.. 그걸 잘 알기에 더 분통 터지고 제 자신이 밉습니다. 형이 그렇게 자신을 불살라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지 잘 압니다.

이제 형을 이해하렵니다.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하나 밖에 없는 목숨 기꺼이 바칠 수 있는 형이 진정 자랑스럽습니다. 그 선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동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된 길을 걸어가신 형의 뜻 심장에 새기겠습니다.

결국 형의 결심이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형을 특별한 사람으로 내몬 살인귀 같은 정권과 악랄한 자본과의 싸움은 동지들에게 맡기고 편히 쉬십시오. 형이 바랐던 것처럼 수천, 수만의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역사의 진리를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남아있는 자들이 형의 뜻과 넋을 이어가겠습니다.

부산에서 후배 우열이가


작성일: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