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이명박 대통령 찬가’로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이미 일부 중앙언론에서도 ‘MB어천가’라거나 ‘낮뜨거운 칭송’이라고 할 정도.
박 시장은 지난 22일 남구 영산강 승촌보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앞선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G20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한국의 위상과 품격을 크게 높였다”며 “이로써 우리나라가 새 국제경제의 중심에 서게 됐고, 일류국가로 가는 초석을 다졌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대통령께서 지역균형 발전과 녹색성장 정책의 성공을 통해 성공한 지도자로 남기를 기원드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지사도 건배사에서 “이 대통령이 세계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길을 걷고 있다”며 “대통령님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이 전 세계에 번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박 시장은 특히 이어진 ‘희망 선포식’ 개식사에서도 “희망선포식은 대한민국을 일류국가의 반석에 올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늘의 대 역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영산강은 녹색 성장의 기반과 지역발전의 큰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들 두 단체장의 발언은, 그러나 민주당이 이미 4대강사업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데 이어 지역 내에서도 반대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나와 반발을 낳고 있다.
참여자치21 김영집 대표는 “정신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단체장이 의례상 대통령 행사에 참여해 ‘환영사’정도는 할 수 있지만, 당론이나 민심은 전혀 고려치 않은 정신 없는 소리”라며 “아무리 예산이 궁해도 시민의 뜻과 배치되는 발언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민의 자존심을 구기는 발언이자, 4대강 사업 때문에 멍든 시민의 아픔을 뭉개는 굴욕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환경단체 측의 반발은 특히 거세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박미경 사무처장은 “민주당 최인기 의원도 자꾸 뱃길복원을 주장하길래 ‘탈당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며 “박 시장이나 박 지사도 정히 4대강사업이 좋다면 다른 당으로 떠나라”고 말했다. 이어 “영산강 사업은 지역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그런데도 대통령 앞에서 마치 지역민 모두가 적극 찬성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당이 나서 징계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양 시도지사의 발언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예산국회에서도 4대강 사업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는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은 22일 대변인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영산강 방문은 민주당과 호남 민심을 분열시키려는 치졸한 이간질”이라면서도 “지나치게 사업의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한 호남 지역 자치단체장들에게 아쉬운 말씀 드린다”고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도 “정부 예산이 필요한 단체장 입장을 모르진 않지만, 당 내에서도 박 시장 등의 발언을 불편해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이 문제로 당이 분열하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게 하려고 공식발언은 자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